삶은 계속된다.

by JJ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분만실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조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중환자실에서는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고 어느 병실에서는 병마와 투병을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새벽 배송을 하는 쿠팡맨이 있을 것이고, 주식 투자로 큰돈을 잃어 한강 다리 위에서 생, 사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고, 해가 뜨면 이혼 법정으로 발길을 향하는 부부들도 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노동현장에서는 사로로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진찰실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암선고를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연인, 가족, 부모의 죽음으로 이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내는 2달 동안 감기와 전쟁 중이다. 태생적으로 기관지가 좋지 않아 감기에 걸리면 기침이 유독 심하고 오래간다. 병이라는 것은 사람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사소하게 보이는 잔병들도 기간이 오래되면 우울감이 밀려오고 무기력해진다. 중병을 앓으면서도 굳센 의지로 살아가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잔병치례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어떤 병이 중병인가? 육체의 병, 마음의 병. 둘 다 큰 병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또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든 반드시 살아내야 한다. 우울하면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육체적으로 중병이 있어도 피나는 노력으로 견뎌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다.


요즘 감기가 그렇다고는 하나 두 달을 기침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니 나까지 기분이 우울해진다. 어젯밤에는 레몬을 사달라고 해서 온 동네 편의점을 다 뒤졌는데 살 수가 없었다. 오늘 다시 반대 방향 편의점을 싹 뒤져서 레몬을 구했다. 아내는 첫 아이 임신했을 때도 감기에 걸려 2달 동안 기침을 했었다. 집사람이 아프면 많이 불안하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용돈을 아내에게 주었다. 아프지 말고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으라고.


"이걸로 맛있는 거 좀 사 먹고 빨리 낳아"


식탁 위로 내미는 레몬과 돈봉투를 보며 아내가 말한다.


"어머? 미쳤나 봐??"


그렇다. 내가 미친 짓을 했나 보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마누라한테 한 게 없으면 얼마 되지 않는 돈에 저렇게 광분을 하며 좋아할까? 또 한 가지는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인위적으로라도 감동한 척해주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


좌우지간 현실 부부란 그런 것이다. 천 번을 싸우며 살아도 같은 배를 탄 선장과 부선장처럼, 같은 비행기를 탄 기장과 부기장처럼 살아서 목적지까지 살아서 가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변해도 의리는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하고 싶었나 보다. K 씨 1,001번째 부부싸움이 마지막 부부싸움이 되기를 바라마지않으며 서로 노력하자. 얼른 쾌차하시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