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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Feb 17. 2024

육아, 나도 할 말은 있다.  
아내에게 서운한 것

육아, 나도 할 말은 있다.

2012년 4월

아내는 나 때문에 딸이 버릇이 없다며 야단이다. 내가 딸의 뜻을 분별없이 다 받아줘서 딸이 생떼를 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딸을 훈육하기 힘들다며 내 탓을 한다. 정말 그럴까? 모르겠다. 내가 정말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나의 육아방식은 좀 다르고 싶다. 위험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키우고 싶다. 그러면 창의력도 생기고 자립심도 생길 것 같다.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은 기계적으로 자라고 기계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아내는 딸이 “말 잘 듣는 애”로 커주지 않아서 힘든가 보다. 딸이 좀 유별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건가? 


다른 애들이랑 똑같지 않다는 게 잘못일까? 왜 아이들이 모두 같아야 하는가? 얌전한 애도 있고, 개구쟁이도 있고, 떼가 심한 애도 있고 유순한 애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우리 아이가 저 아이와 같아야 하는가? 다르다고 우리 애가 무슨 문제가 있는가? 딸은 5살이다. 본능이 앞서는 어린 아이다. 제재를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책임을 물을 나이도 아니다.


어제 딸에게 얼굴을 붉혔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는 딸에게 엄하게 할 자신이 없다. 잘못된 것까지 모두 용인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 5살 된 아이에게 무슨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그렇게 많은가? 마음껏 놀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맞는 것 인지는 모르겠다. 아내는 잘못된 습관이 나쁜 교육으로 이어진다고 하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문제가 없다.


걱정할 정도의 나쁜 습관도 없고, 있다 손 치더라도 크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들 맞춰주는 게 쉬운 줄 아는 모양인데, 맞춰주는 것이 야단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받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서운한 것

2012년 5월

아내는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육아는 내 체질에 안 맞는 것 같아. 아이 키우는 건 자신 없어”


우리 부부의 경우 육아와 가사는 아내가 전담하고 있다. 다른 외벌이 부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퇴근 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기껏해야  청소나 간단한 설거지 그리고 아이들을 씻기는 일 정도다. 당연히 90% 이상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아내는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엄마들이 아이 키우고 집안 일 하는 것이 힘들어서 직장에 다닌다는 말을 하겠는가? 그것도 계획에 없던 야근까지 만들어 가면서.


내가 아내의 마음을 다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가끔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서운하다.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유난히 육아와 가사에 대한 체질론(?)을 들고 나올 때면 정말 힘이 빠진다. 육아와 가사가 체질이 맞아서 하고, 체질에 안 맞아서 못하고의 문제인가?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인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쩌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살아야 한다. 육아와 가사뿐인가? 사회생활도 그렇고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면 좀 더 현명하고 너그러운 엄마가 될 순 없을까? 나의 욕심일 수도 있다. 한두 번의 투정이나 넋두리라면 기분 좋게 듣고 흘려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면 본인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강한 엄마.

어쩌면 내가 아내에게 바라는 것은 강한 엄마인지 모르겠다. 육아와 가사는 결혼 생활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다. 나도 체질에 맞지 않는 많은 일들을 하며 산다. 직장에 가면 마음에도 없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픈 데 없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좀 더 독한 마음으로 강한 엄마가 되었으면 한다. 독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여보, 우리 좀 더 독해집시다.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아내의 마음을 좀 더 읽어주고 위로해 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로받을 사람이 저 밖에 없었을 텐데요. 아내가 넋두리로 말하는 것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저도 많이 힘들었나 보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때의 감정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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