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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Dec 04. 2022

저희 엄마 잘 부탁드려요

요양원에 다녀왔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 지 이제 5년이 되었다. 형제들이 모여 가족회의하고 난 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하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많이 울었다. 오늘 보니 지난번보다 더 야위신 것 같다. 자식으로서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는 것이 죄송하고 마음 아프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느 노랫말의 가사처럼 어느 시인의 말처럼, 너무 아픈 것은 사랑이 아니고,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니 너무 깊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 영리한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감정이 마음처럼 쉽게 조절되지는 않는가 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을 하고 싶다.

"훗날 아빠가 세상에 없어도 너희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만 슬퍼해라. 너무 슬퍼하면 아빠가 하늘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 어머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겠지. 어쩔 수 없이 따로 있는 것을 이해해주시고 서운해하시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아들을 미워하지만 않으시면 좋겠다. 죽을 드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어머니 손을 잡고 있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커피도 타드리고 박카스도 드렸다.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귀도 어두워지셔서 귓가에 입을 대고 크게 말을 해야 한다. 정신도 지난번보다 희미해지신 것 같다. 또 오겠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가"라는 말씀만 반복하셨다. 요양원을 나오면서 요양보호사 분들께 간절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 말 밖에 없다.


코로나 전에 어머니와의 외출, 마지막 외출이 아니길 빈다.


어머니를 뵙고 오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아직은 소통이 되고 아들을 알아보신다는 안도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함께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송함과 속상함이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마음이 울적하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 우린 왜 초연할 수 없을까? 늙고 병든다는 것이 먼 얘기가 아니라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쓸쓸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쓸쓸함인데 여전히 늙고 병든다는 것은 외면하고 싶다. 늙을 시간도 주지 않고 사고나 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 한다. 늙는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아야 한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춥다가 따뜻하다가를 반복하며 겨울이 깊어질 것이다. 계절도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듯이 늙고 병든다는 것은 우리에게 이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별하지 않게 신호를 주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겨울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남아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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