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도 남들처럼 부부싸움을 종종 한다. 아마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말을 한다.
“싸울 때가 좋은 것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도 남들처럼 시시껄렁한 이유로 다투고 미워하기도 하며 산다. 다른 부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차대한 일로 싸우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시시한 이유다. 욕실의 신발을 왜 좋게 세워 놓지 않느냐, 건조대에 빨래를 바르게 정렬해라, 옷은 벗어서 왜 정리를 하지 않느냐는 둥 사소한 일 들이다. 아내들이 하는 일상적인 잔소리이긴 하지만 자주 들으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남자들은 대체로 그런 생각을 한다. 크게 중요한 거 아니면 대충 살자. 하지만 여자들에게는 그것이 크게 중요한 일인가 보다. 한 번은 싱크대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던 중 호수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서 물이 바닥으로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 그날 몹시 심한 구박을 받았다. 도와주려고 한 것인데 설령 내가 잘못했더라도 그렇게 무안을 줄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중죄를 지은 것 같진 않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서로의 취향도 파악하고 스타일도 익숙해져 안정이 되나 싶더니 이제 육아가 문제다. 부부관계는 조금씩 맞춰가고 있는데, 아이라는 복병이 생겨 또 의견이 차이가 생긴 것이다. 보통 아내들이 그렇지 않은가? 신경을 써주면 간섭한다고 불평하고, 신경을 안 쓰면 무관심하다고 불평한다. 또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아내가 생각하는 상식은 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날까?
한 편으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아내와 나의 차이가 아니라 여자와 남자이의 차이라는 말이 맞지 않은가 싶다. 부부 사이는 말도 예쁘게 해야 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기에 가장 존중해야 한다. 말이란 무엇인가? 말은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다. 감정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것이다. 감정이 상하면 싸우게 된다.
그러면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그렇다. 말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들이 아내들과의 대화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말을 안 하면 최소한 싸울 일이 없으니까.
싸울 때 도망가는 남편을 여자들은 싫어한다고 하는데, 대화가 진전이 없으면 대화를 안 하는 게 낫다. 대화를 더 말해봐야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서로 감정만 격해진다.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 사랑하면서 살기도 짧은 인생, 싸우지 말자.
그 후로 1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얼마 전 가사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아내는 왼손잡이고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주방에 걸려 있는 수세미의 위치가 문제였다. 설거지를 하면서 손이 움직이는 동선이 달라서 불편했던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도 싸움이 되려면 될 수 있는 것이 부부다. 평생을 싸우지 않고 사는 희귀한 부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런 과정을 겪는 것 같다. 부부야 말로 평생 서로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