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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May 12. 2024

경험론(經驗論)

한강 구리공원 유채꽃을 보며

디자인과 인쇄 분야에 몸을 담은 지 25년이 넘었다. 함께 일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는 번듯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도중에 직업을 바꾼 사람도 있다. 가끔은 나도 사업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쉬움도 있으나 그때는 그때의 사정이 있었다고 위로를 해본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만 성공한 삶이 아니겠지. 최선을 다했지만 개인의 역량은 다를 수 있고 인정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한다.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고. 어쩌면 역량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다. 100억을 가진 사람도 수천억을 갖은 사람이 보면 부족한 돈 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관점의 차이고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중요한 순서대로 해야 한다. 회사일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다. 시험문제는 쉬운 문제부터 풀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일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한다. 어려운 일과 중요한 일은 다르다. 중요한 일이 있다면 어려워도 어려운 일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습이 가능하고 수습하는 시간이 절약된다.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 통찰력과 철학이 생긴다. 사업가, 직장인, 배우, 가수, 스포츠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 동안 한 분야의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내공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대로 적용이 된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인생의 문제도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의 공부도 비슷하다. 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풀며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부는 인내의 끝판왕이다. 그런 모든 노력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인생을 살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대체로 인생도 수월하다. 공부를 하면서 내공을 쌓았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표현이지만 길거리에서 뻥튀기를 튀겨도 50년을 튀기면 철학자가 되고 내공이 쌓인다.


특히 직접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서 25년이라는 세월 보냈다는 것은 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 사고는 다 경험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새로운 사고는 없다. 있어도 놀랍지 않고 바로 수습이 가능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처음 겪는 사고라도 충분히 대처를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이미 머릿속에서는 작동하고 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사람이 25년을 한 분야에서 일했다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강제적으로라도 학습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게으름을 피우며 일해도 내공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업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머리가 좋아서 빨리 습득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머리가 좋아서 빨리 습득을 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쌓인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사건 사고가 예정된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터지지는 않기에.


간접경험을 원한다면 사고 사례들을 데이터 베이스화 시켜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직접 경험을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진다. 일의 중요한 순서를 아는 사람이 인생에서도 중요한 순서를 다. 중요한 것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오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간접경험으로 가장 좋은 것이 독서다.



의사가 수술하고 난 후에 수술 도구를 속에 넣고 봉합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간계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랜 경험은 시스템을 만든다. 시스템은 사고를 0(제로)에 가깝게 보완할 수 있다.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은 없다. 경험이 축적되면은 교훈을 얻고 지혜도 생긴다. 서양철학자들이 말하는 어려운 경험론 말고 우리들이 평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경험론. 우리는 그 경험의 존엄함을 알아야 한다. "저 집에 떡볶이가 맛있다." 그것도 내가 먹어봐야 증명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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