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는 동안 커피 한 잔

D+194

by 소피

아직 말 못하는 노엘이가 꼭 내게 말 거는 것처럼 써 있다. 아기 기저귀 뒷면에 '나 자는 동안 커피 한 잔'이라고 기저귀 회사에서 적어놓은 문구이다. 노엘이 터미타임 시간마다 이 문구를 보면서 귀여운 웃음과 허탈한 웃음이 동시에 났다. 아기의 뒷모습을 어쩜 이리 귀여운지 감상하다 보면 아가는 힘들어져 울음을 터트린다.

"응, 알았어, 알았어. 되짚어줄게. 힘들었어? 잘했어, 잘했어."

하면서 나는 언제쯤 차 한잔 즐길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가늠해 보곤 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작가의 분위기를 잡아보려 차를 타는 데만도 난관이 많다. 부엌에 가려고 등만 돌려도 찡얼거리기에 서둘러 티백을 꺼내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 뒤 아이에게 되돌아온다. 물이 끓어 오르자 컵에 물을 부었다. 티백이 우러나오기도 전에 노엘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금방 관심을 달라며 찡얼거리니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도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면 노엘이가 세상 예쁜 미소로 화답하며 기뻐한다. 이름만 불러줘도, 눈만 마주쳐도 천사같은 미소로 팔다리를 팔딱 거리며 행복해한다. 내 아이가 원하는 건 그저 배부르고 고개 돌리면 옆에 엄마가 있는 것 두가지뿐이다. 아이의 미소와 웃음소리는 가장 효과좋은 행복바이러스다.

'네가 웃으면 엄마도 웃어. 네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해.'


드디어 차 한모금을 머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다 되어 간다(아이와 놀아주고, 사운드북을 함께 보고, 수유와 낮잠타임까지 지났다.) 텀블러에 우려내 놓은 차는 딱 좋은 따뜻한 온도이다. 그나마 식기 전에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한다. 쏘서에 앉혀 놓은 노엘이가 "크응 킁, 끼잉 낑" 힘을 주고 있다. 저 귀여운 신호가 또 나를 부르는구나. 내 아이에게 변비가 없음에 또 감사해야겠지.

휴. 너 노는 동안 차 한잔. 휘리릭 마셨다. 엄마의 욕심은 더 큰 여유를 바라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지. 나와 노엘이의 하루는 오늘도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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