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개 사촌, 종택이 형.

by 권길주

“야, 방개야, 너도 온양장에 왔구나”

“야, 그냥 장 장 구경 왔슈,”


칠성이는 방개를 보니 어제 동네에서 뚱땡이 여자가 한 일을 알고 있는 터라 마음이 좀 짠하니 불편하기도 해서 방개에게 주전부리로 장에서 산 호떡을 한 개 건네주었다. 그러다 칠성이는 문득 장터 마당 바로 앞에 있는 다방이 눈에 띄었다. 그는 방개를 좀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혼자서 고민을 좀 하다 얼른 방개에게 백 원짜리 종이돈을 한 장 쥐어주니 방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방개야 너 이거 가지고 요기 앞에 노란 간판 보이지, 저기 다방이라고 쓰여 있지. 거기 가서 다른 거 달라고 하지 말고 ‘다방’을 한 잔 주세요. 하고 ‘다방’ 한잔 얻어먹고 와봐, 내가 여기 윷판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그게 엄청나게 달고 맛있거든.”

“다 다방이유, 그게 뭔 디유.”

“야, 이눔아 형님이 시키문 시키는 대로 혀 봐”

“무조건 다방을 달라고 혀”

“알었슈 혀 형님”


방개는 백 원짜리를 들고 신이 나서 다방으로 가고 칠성이는 윷판이 벌어진 장터에 서서 방개가 다방을 들어가는 것을 혼자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방개는 유리로 된 다방 문을 밀고 들어갔다. 다방 안에는 나무로 된 의자와 탁자가 몇 개씩 놓여 있었고, 맞선을 보는지 양복을 어색하게 입은 젊은 남자와 화장을 어색하게 한 처녀가 한 팀 있었고, 젊은 남자와 중년쯤 보이는 남자가 여럿이 한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한쪽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는 여자가 계산대에 서 있고, 그 옆에는 젊은 아가씨 서넛이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그들은 방개를 보자 다 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우선 그에게서 퀴퀴한 냄새가 났고, 옷도 허름했지만, 온양장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방개를 그 다방 안에 사람들은 한두 번 방개를 본 사람들이었기에 방개가 다방을 들어오자 모두 난색을 보인 것이다.

방개는 그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백 원으로 칠성이가 사 먹으라는 ‘다방’이라는 음식을 사 먹기로 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레지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방개에게 다가왔다.


“방개 아저씨, 돈은 가져왔어요.

“예, 여기 백 원 이슈”


방개가 손에 꼬깃꼬깃한 백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레지가 백 원을 더럽다는 듯이 손끝으로 살짝 집어다 계산대에 주고 다시 와서 주문을 청한다.


“뭐 주문하실래요. 방개아저씨”

“예, 저 저는 다 다방을 마실라고 왔는데요”

“뭐라고요, 다방이라고요.”


레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다방 안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의 방개를 향해 일제히 동작이 멈춘 듯이 모아졌다.


“네, 지는유 다 다방을 줘요, 그거 먹으라고 했소.”


그때 갑자기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들 대여섯 명이 방개의 말에 집중하더니 박장대소를 했다. 손뼉을 치고 탁자를 치며 웃고들 난리가 난 것이다. 그러면서 그중에 중년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가 레지를 쳐다보며 게걸스럽게 한 마디 외쳤다.


“아니, 이 얼간아, 레지를 달라고 하지, 무슨 다방을 달라고 하냐.”


그러자 또 옆에 있던 밤색 가죽 잠바를 입는 젊은 남자가 비웃듯이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다방은 안 팔구 레지는 파는데 방개야.”


그때 다소곳이 맞선을 보던 총각과 처녀도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다. 계산대에서 한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커피를 배달 주문받던 다방 마담도 기가 찬 듯이 깔깔대고 웃어댔다. 그러자 주문을 받으러 왔던 레지는 뾰쪽 구두가 옆으로 돌아가서 발을 삐끗할 정도로 다방을 안에서 폴짝대며 웃는 게 아닌가. 웃지를 않는 사람은 다방에서 방개뿐이었다. 그는 분명 칠성이가 다방에 가서 다방을 달라고 해서 먹으라고 했는데, 다방은 뭐고 레지는 뭔가 하고 눈만 꿈 뻑 댔다.

레지가 배꼽을 붙잡고 웃다가 마담이 주는 커피를 쟁반에 들고 또 뾰족구두 때문인지 이상하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방개 앞에 커피를 한잔 내려놓는다. 방개가 보니 시커먼 물이 가득 찻잔에 들어있었다. 아니 이게 다방인가, 레지인가 방개는 영문을 모른 채 그 시커먼 물을 쳐다만 보았다. 향이 아주 좋기는 했다.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다.


“여기는 다방은 없고, 레지는 제가 레지고요, 다방에서는 커피를 파는 곳이에요. 방개 아저씨 자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이건 위턱케 먹는 거래요,”

“탁자에 있는 설탕 타서 먹으면 달고 맛있어요.”


레지는 더 이상 냄새나는 방개 옆에 서 있기 싫은지 쌩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실소를 터트리고는 사내들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방개를 보고 계속 키득거리고 그들과 웃어댔다.


“야 방개가 오늘 정말 사람 웃기네, 김양아 방개가 너는 안 산다고 하데, 하하하”


그들은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계속 방개를 쳐다봤다. 방개는 설탕 그릇에 있는 설탕을 다 쏟아서 커피잔에 부었다. 커피가 순식간에 걸쭉하니 죽처럼 되어버렸다.


“아이고 방개 아저씨 또 사고 치네, 저 설탕을 다 넣었으니 말이야.”


레지가 소리를 지르자 남자들은 또 방개의 커피잔을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며 오늘 아주 재미있는 사건을 본다는 듯이 웃어댔다.

방개는 걸쭉한 커피와 설탕을 커피 숟가락으로 한 수저씩 떠먹었다. 커피는 무척이나 달고 향이 아주 좋아서 맛이 기가 막혔다. 그 커피를 먹고 나니 어제의 뚱땡이 여자가 엉가 엄마를 때려서 속이 상한 것도 어디론가 기억을 떠난 듯이 사라진 것 같았다.

방개는 다방을 나와서 칠 생 이를 찾으니 칠성이는 다방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방개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내밀었다.


“방개야 그래 다방을 마시고 왔냐”

“아이유, 다 다방은 없고요, 레 레지는 있고요, 지는 코 코피를 마셨슈”


칠성이는 방개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며 방개와 함께 국밥집으로 향했다. 방개를 골린 것은 순전히 자신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의 기억을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다. 그는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 휴가를 나오니 시내에 다방을 처음 봤었다. 식당 옆에 다방이 있으니 그는 다방도 식당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방엘 들어가서 거기서는 특이한 음식 중에 하나인 ‘다방’이란 음식을 파는 줄 알고 ‘다방’을 달라고 주문하니 그 안 있던 여러 명의 군인과 면회를 온 부모들과 다방레지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더란다. 영문을 몰랐던 칠성이는 나중에 신문화의 산물인 ‘커피’가 막 국내에 들어와 그곳이 커피를 파는 곳인 줄 알았다고 하는데,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칠성이는 가끔 온양장을 가면 그 생각이 나서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날은 방개를 위로도 해줄 겸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에게 자신의 일화를 그대로 재현시켜 본 것이었다.

칠성이와 방개는 저녁때가 다 되어 중골에 들어왔다. 덕구의 아내는 친정에서 돌아오질 않았고, 엉가 엄마는 덕구 집 위채에 그대로 있었다. 칠성이는 엉가 엄마가 불쌍해 엉가의 옷을 싸전에서 하나 사가지고 온 것을 주려고 방개와 함께 덕구네를 집을 들어갔다. 덕구는 면장에서 일하는지 아직 들어오질 않았고 엉가 엄마가 엉가의 지저귀를 채우고 있었다. 엉가가 아직 아장아장 걷기도 해도 오줌, 똥을 못 가리니 기저귀를 채우는 것이구나 하고 엉가 엄마가 엉가의 조그만 엉덩이를 들고 기저귀를 채우는 것은 본 칠성이는 기겁을 했다.


“아니, 이게 뭐여, 수세미 아녀”


엉가 엄마가 아기 엉덩이에 채우고 있는 기저귀는 하얀 면 기저귀가 아닌 시골 담장이나 밭에서 키우는 수세미였다. 수세미는 설거지할 때 쓰는 물건일진대 그걸 아기 지저귀로 채워지는 걸 본 칠성이는 기겁을 한 것이다.

칠성이는 순간 정신이 얼떨떨하며 슬픈 마음이 훅하고 들었다. 면 기저귀가 없으니 여린 아기의 엉덩이에 저렇게 까칠한 수세미를 채우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고춧가루를 뿌린 듯이 아려왔다.

그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안 될 것 같았지만 한마디 일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엉가엄마에게 엄포를 주듯이 말을 했다.


“이 사람아, 이건 설거지할 때나 써야지, 그렇게 여린 애기 엉덩이에 지저귀로 쓰면 애가 살이 다 헐어서 안 되지, 내가 내일 동네에서 지저귀 얻어다 줄게 그거 빼서 버리게.”


그때 방개가 한마디 거들었다.


“소용없어요, 덕구 가도 기저귀를 주구 저 저기 아랫동네 애 낳은 엄마들이 기저귀 몇 개 갖다 주었는데도, 기저귀를 빨 줄을 물러요, 자기 옷도 안 빨어 입는데 애기 기저귀를 빨 줄 알 간대요, 그런 거 물러요, 저 여자는, 옷도 다 내가 빨어서 말려서 주구, 엉가 엄마 옷도 내가 얻어 다 입히는 거유, 아무 데나 옷을 벗어 놓고 와유, 지 정신 아녀서.”


칠성이는 방개가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또 해봤다. 도대체 같은 방에서 잠도 안 자고, 엉가 엄마를 건드리지도 않는다는데, 자기 먹을 것도 제대로 얻어먹지를 못하면서 저 미친 여자를 왜 데리고 다닌단 말인가. 그리고 또 덕구는 왜 이런 방개를 친구로 삼아서 신혼을 차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뚱땡이 여자와 몸싸움을 벌인 엉가 엄마 때문에 아내가 집까지 나가게 한 사단을 벌이는 것인지 참으로 이 세 사람, 아니 애기 엉가까지 네 사람이 사는 이 초가집이 꼭 애기 엉가가 기저귀 대신 차고 있는 얼룩덜룩해진 누런 수세미처럼 슬픔이 한 뭉치가 되어 그의 가슴팍에 박여왔다.

칠성이는 엉가 옆에 아기 옷 한 벌을 고이 놓고 대문도 없는 초가집 울타리를 걸어가며 별빛이 뿌려진 빈 벌판을 한없이 걸었다.

덕구의 아내가 방개네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은 논이며 밭을 소에 쟁기를 묶어서 묶은 땅을 갈아엎을 즈음이었다. 새싹을 심기 위해 농부들은 땅을 갈아엎은 곳을 곡괭이로 보드랍게 부슬키기도 하고, 삽으로 깊이 땅을 파서 겨우내 언 땅을 대지에 퍼올리기도 했다. 덕구의 아내는 방개와 엉가 엄마 그리고 아기 엉가를 덕구와 함께 보살피기로 마음을 먹었노라며 엉가 엄마를 데리고 냉이와 쑥을 뜯어다 부침개와 된장찌개를 끓여서 함께 먹기도 했다.

아직은 처녀티를 벗지 않은 새색시였지만, 식솔들을 거느리듯이 때로는 여장부처럼 오갈 데 없는 그들을 거두어 먹이기도 하고 빨래며 청소도 거들고 엉가도 돌봐주기까지 했다.

늦봄이 지나서 일철이 시작되니 방개를 부르는 동네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즈음 방개는 또 힘들고 고민되는 일이 생겼다. 그건 덕구처럼 생면부지의 사람도 자기를 친구이상 형제처럼 돌봐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피붙이인 사촌 형이 그에게 갑자기 나타난 것이 큰 문제였다. 그는 피붙이는 상종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사촌 형은 남달랐다.

그의 사촌형 종택은 그에게 가끔씩 찾아와서 그의 본가의 소식과 머슴과 도망갔던 방개의 친엄마의 소문을 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촌형 종택이 얼마 전에 찾아와서 그에게 전해준 자기 친엄마의 소문은 그야말로 참담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

자기 아버지의 머슴과 함께 달아나던 날 장터에 그를 놓고 긴 월남치마를 바람에 펄럭이며 그의 손을 놓고 갔던 엄마.

그 그리운 엄마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방개에게는 안 들으니만 못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방개 엄마를 데리고 나간 머슴이 도회지에서 살면서 또 다른 여자를 봤다는 것이다. 남편의 바람에 충격을 받은 방개 엄마는 집에 불을 놓고 한강 줄기 어느 강에서 자살을 했다는 얘기였다.

방개가 사촌형 종택에게 들은 친엄마의 자살 소식은 그의 몸과 마음을 한없는 땅으로 꺼지게 하는 듯 그는 한 동안 멍하니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방개는 덕구와 함께 봄 아지랑이가 피는 논과 밭에서 면장에 일을 거들면서도 계속 눈물을 훔쳤다. 마음이 어디로 뻗쳐 가는지 통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롭고 슬펐다.

왜 친 아버지는 자기 엄마를 내버려 두지 그깟 논 몇 마지기를 주고 처녀를 사다가 본부인한테 구박을 받게 해서 결국은 머슴이랑 눈이 맞게 하고 또 아버지 집에 머슴은 왜 또 자식을 낳은 여자를 꼬드겨서 줄행랑을 쳐 그 여자의 생명도 지켜주질 못하고 이렇게 사단을 만들었단 말인가. 방개가 보는 세상은 무질서하고 거칠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봄날의 나른함이 그를 지치게도 했지만, 종일 흙을 손에 묻히고 사는 그에게 새싹들이 솟아나는 대지에서 그는 하루를 살아갈 한 움큼의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런 소식이나 가지고 오는 사촌형 종택은 소문난 도박꾼이었다. 그래서 집에서도 쫓겨난 신세였는데, 어쩌다가 방개를 찾아오는 날은 방개에게 조금의 알량한 돈이라도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그 돈을 뜯어 가려고 찾아오곤 했다. 벼룩도 낮 짝이 있다는 말은 무엇에 쓰는 말인지 싶을 정도로 그는 뻔뻔한 인간이었다.

며칠 동안 덕구가 머슴으로 있는 면장 집에 논을 밤이 늦도록 다 소를 끌고 다니며 논바닥 위에서 쓰레질을 하느라 허리가 어찌나 아픈지 방개는 끙끙거리며 엉가가 잠든 옆에서 겨우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그 벼룩의 낮 짝 만도 못한 사촌 형이 또 그를 찾아왔다.


“야, 방개야 너 요새 면장네 쓰레질 며칠 했다지, 나 돈이 당장 필요한데 너 가서 면장 어른보고 품값 좀 미리 당겨서 달라고 해봐. 내가 다음 달에는 분명히 큰 거 한판에서 두 배로 갔다 줄티니께.”


종택의 형 얼굴은 두꺼비가 기름을 바른 듯이 거짓말이 번지르했다. 그러나 그런 사촌형이 방개를 얼르고 달래고 하면 방개는 그의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다른 상책은 서질 않았다. 방개에게 품값을 주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는데, 종택이 형이 노름빚에 시달려서 자기까지 찾아오면 방개는 어쩔 수 없이 일한 집에 주인에게 돈을 조금만 달라고 말을 했고, 주인들은 양심에 따라 다른 일꾼의 반도 안 되는 품값을 주는 정도였다.

이번에도 방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덕구에게 부탁을 해 면장 어른에게 품값을 좀 받아서 종택이 형 노름빚을 손에 조금 쥐어 주기로 했다.

다 닳아빠진 검정 고무신도 새로 사야 하고 엉가에게 사줄 봄 잠바도 온양 장에 가서 보고 왔지만, 종택이 형이 자꾸만 찾아와서 성가시게 구는 것을 견디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종택이 형의 얼굴을 볼 때마다 아련한 엄마의 얼굴이 자꾸만 괴롭게 일그러져 그의 가슴을 짓누르듯이 아파왔다. 그래서 그는 논에서 모를 심을 때마다 자신의 팔뚝이며 정강이를 물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사촌형의 존재를 잠시라도 거머리 떼어내듯이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야만 했다.

방개는 종택이 형에게 노름 돈으로 자신의 품값을 주고 또 잠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져서 고민을 했다. 엉가 엄마를 덕구네한테 맡겨두고 떠났다가 와도 되긴 하지만 새색시인 덕구네도 임신을 한 시기라서 아무래도 덕구네에게 그렇게 큰 짐을 주는 것은 안 될 것 같았다.

방개는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어느 날 엉가와 엉가 엄마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덕구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는 또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싶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이 세상에 덕구만 한 친구가 없기에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 그에 얼굴을 보고 그가 사는 이 중골에 머물다가 또 떠날 것을 알고 있었다.

중골을 떠날 때 들판에는 한참 모내기를 하는 소리가 이 논 저 논에서 흥겹게 들려왔었다. 그런데 어느덧 추운 겨울이 다시 오고 있는지 살 갓을 에이는 듯 찬바람이 얇은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엉가 엄마와 엉가도 추운지 코를 훌쩍이며 방개를 따라다녔다.

곧 엄동설한이 올 터인데 엉가엄마를 어디다 두고 혼자 겨울을 나야 하는지 방개로써는 도저히 두 모녀를 맡겨 둘 집이 없었다. 이 마을 저 마을 잔치 집과 초상집을 찾아다니며 겨우 겨우 세 사람이 목숨을 연명하고는 살았지만, 또 겨울이 다가오니 어느 마을에서 겨울을 나면서 엉가 엄마와 엉가를 먹여 살려야 할지 그 모든 일이 천리 길처럼 까마득하였다. 그 사이 엉가가 좀 커서 이제는 기저귀는 필요가 없게는 되었지만, 몸이 자란 엉가에게 겨울옷도 얻어 입혀야 하고 엉가 엄마 옷도 너무 얇았다.

방개는 다시 중골에 덕구를 찾아가기로 했다. 덕구라면 또 올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신들을 위해지어 주었던 작지만 그들에게는 보물단지 같았던 초가집의 방 한 칸을 내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방개는 엉가가 감기가 걸리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서 중골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발바닥에 땀이 배이도록 검정 고무신을 신고 먼지가 뽀얀 가을 길을 걸으며 산길에서 밤 알을 주워 먹으며 중골에 도착을 하니 해가 서쪽 하늘에서 붉은 햇 덩어리가 되어 황금색 들판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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