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간을 끝으로 4교시 수업이 끝이 났다. 나는 중간에 사택의 창고로 된 부엌을 더는 가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를 불안함과 두려움이 더 이상은 그곳엘 가지 못하게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연이와 다른 우리 반 아이들도 꿩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이 없는지 다들 수업에만 열중했고 곧 기말시험에 경쟁을 하느라 약간의 신경전이라도 벌이듯이 공부를 열심히들 했다. 그리고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4교시로 수업이 끝나는 날이다 보니 아이들은 모두 집에 일찍 가서 무얼 먹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로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 꽃이 들끓었다.
시골에서의 먹거리가 대한 할 것도 없고 여름이 다가오는 유월이다 보니 더욱 간식거리도 풍성하질 못해서
아이들은 나름 집에 엄마들이 해주는 막걸리로 부풀린 단팥빵이나 안고 없는 찐빵이면 최고의 간식이었다. 그것도 없는 집에서는 그냥 밥이면 최고였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의 밥상이 차려진 점심을 먹을 기대에 아이들은 최대한 빨리 집에 가고 싶은지 수업이 십분 일찍 끝이 나자 환호성이 대단했다.
4교시의 수업을 마치신 담임 선생님도 우리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급하게 교실을 나섰다. 그런데 선생님이 교실을 나서다 말고 갑자기 등을 돌리시더니 내 얼굴을 아주 먼 빛으로 화살처럼 쏘아보고는 고개를 떨구고 교실문을 열고 나가시는 게 아닌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했다. 왜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나를 화살처럼 쏘아보더니 고개를 푹 떨구고는 나가시는 걸까. 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꿩이 죽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잘못 매어 놔서 도망이라도 친 것일까. 나는 연필을 필통에 넣으려다 말고 손이 떨려서 연필을 꽉 잡았다.
연이도 이상했는지 내 옆에 와서는 말을 걸었다.
"야 은주야, 좀 전에 왜 선생님이 널 쏘아보듯이 쳐다보고는 말없이 나가시지 이상하다"
"음... 나도 모르지. 그나저나 연이야 반장한테 얘기해서 빨리 꿩 있는데 가보자. 그리고 꿩 가지고 집에 빨리 가자. 너 나 갈 때도 같이 가줄 거지. 나 꿩 때문에 혼자 못 갈 거 같아."
"응 그래 같이 가자. 홍석이보고 가서 꿩 가져다 달래자."
연이의 시원한 말에 나는 새삼 안도감이 몰려왔다. 연이는 거침없이 반장 홍석이 자리에 가더니 홍석이를 보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
"야, 홍석아 네가 아까 꿩 교무실에 맡겼으니까, 네가 가서 담임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사택에 부엌 창고에 있는 꿩 가져올래. 우리가 집에 가지고 갈려고 하거든 그 꿩"
홍석이는 명쾌하게 웃더니 대답을 했다.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까짓 일 쯤이야 내가 당연히 반장인데 해줘야지 하는 책임감까지 느끼게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교무실 가서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사택에 부엌에서 꿩 가지고 올게 그럼 너희들은 교실에서 기다려"
"응 알았어, 고마워 홍석아"
나는 홍석이가 구세주라도 되는 듯이 고분고분 아주 순하게 대답을 했다.
연이와 나는 홍석이가 교무실로 가자 다른 친구들과 하교 인사를 하며 교실에서 마주 앉아서 홍석이를 기다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가는 우리 반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꿩 때문에 소동을 벌이던 처음과 달리 남학생들도 배고픈 탓인지 꿩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 지를 않고 각각 집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꿩을 가지러 간 반장 홍석이가 영 오질 않아서 나와 연이는 점점 아이들이 빠져나간 텅 빈 교실에서 둘만이 남게 되었고, 우리는 배고픔에 지쳐갔다. 배 고픈 걸 못 참는 연이가 드디어 화를 내더니 짜증이 잔뜩 난 소리로 내게 말했다.
"은주야, 나 배고파서 배가 등가죽에 붙은 거 같아. 꼬르륵 소리도 나고. 홍석이한테 가보자. 교무실에"
나는 그때 갑자기 다시 두렵고 떨리는 새가슴이 되어 바르르 손을 떨었다.
"응, 그러자, 교무실에 가보자, 반장은 왜 안 오는 거지"
나는 그때 이미 무엇인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두려움에 빠져서 걸상에서 일어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연이는 그런 생각은 없는지 벌써 교실 문 밖을 걸어 나가더니 저만치 있는 교무실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이의 걸음은 배고픈 만큼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