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Jul 31. 2022

너, 쉬어야 해.

남편의 일침.

체력의 한계는 아플 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짜증 나고,

좀 피곤하고,

그런 정도는 당연히 있는 거라고.


실수가 생기면 좀 더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잘 챙기거나(알람을 여러 개 맞추는 식으로)

또는 밤을 새워서라도 실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부작용이라면 밤낮이 자주 바뀐다거나 가끔 신경질적으로 바뀐다거나 하는 것들인데.

크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하며 영양제 한 알을 털어 넣곤 했다.


오전에 있었던 미팅에 펑크를 내고 나니,

'어.. 나 좀 문제 있는데?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도를 떠나서 여태 이런 실수는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잠깐은 충격적이었고, 

원래 같으면 조그마한 실수도 스스로 용납을 못해서 적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날 며칠을 힘들어하는데,

어쩐지 오늘은 그 정도가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


너무.. 체력이 바닥났었나 보다.

미안해할 여력조차 안 생길 정도로 지쳤나 보다.

아.. 사람이 너무 힘들면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하는구나.


하긴. 

어제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첫 술을 뜨자마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더니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ㅋㅋㅋㅋㅋ 자기 계발 진짜 너~무 힘들다!"였다.

그러고는 좀 전에 누가 얘기했었나? 하는 식으로 밥을 먹는데 살짝 민망해졌던 순간이었다.


오전에 그런 실수가 있었지만 대충 훌훌 털어버리고,

오후에는 어머님을 모시고 거나하게 식사를 했다.

삼계탕을 박박 긁어먹고, 

디저트로 팥빙수까지 먹고는

집으로 돌아와 낮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꽤 오랜 시간 잠을 잤다.


일어나니 또 저녁 먹을 시간이라,

하루가 이런 식으로 짧을 수도 있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그렇게 먹어도 머리 쓴 곳이 없으니 소화가 덜 된 듯 했지만,

끼니는 챙겨야지 하면서, 저녁은 시원한 막국수를 배달시켰다.

시원하게 한 그릇 하고 나서 치우는데


남편이 일침을 날렸다.


"너는 나보다 체력이 약한데, 지금 너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어.

기억해. 너 지금 너무 달리고 있어. 쉬어야 해!"


뭐라 말하고 싶어서 입을 오물거리다 말았다.

딱히 반박할 수가 없네.

어제 실성하듯 웃으며 자기 계발 너무 힘들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이 마약 같은 자기 계발 같으니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실행이 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