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이촌? 오놀이출.

by 소이

작년 트렌드 코리아에 나왔던 여러 가지 키워드 중에서 '오도이촌'이라는 키워드만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다. 5일은 도시에 머물며 일상생활을 하고 2일은 시골 라이프를 즐긴다는 이야기다. 일에 치이고 사는 게 지치니까 그렇겠지. 사는 곳이 시골이니 어렴풋이 그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뼛속까지 공감하지는 못했는데, 최근 들어 생활이 너무 바빠지다 보니 '오도이촌'이 가지는 의미를 알 것 같다.


요즘 나는 이 '오도이촌'을 '오놀이출'으로 바꿔서 말하고 싶다. 오일은 놀고 이틀만 출근하는 것! 개천절 공휴일까지 3일을 쉬었는데도 몸은 쉰 것 같지가 않다. 조금 더 늦게 자서 조금 더 늦게 일어난 것 말고는 소파에 엉덩이 한 번 못 붙이고 지나간 공휴일이었다. 몸은 집에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 생각하고, 기록하고, 제출해야 하는 상황. "지친다 지쳐~"를 연발하는 하루였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 11월이면 강의 날짜가 좀 조정되어 정말 이틀만 일하는 삶이 가능해질 것 같다. 프리랜서 강사에게 출근을 적게 한다는 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데 좋은 쪽으로 맞춰질 것 같아서 11월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인 요즘, 내 손으로 없애버린 여유가 너무나 간절하다.


'오놀이출'이 가능한 11월이 되면 하루는 꼭 도서관에서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정돈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바쁘다는 말 대신 오늘은 뭐하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쫓기지 않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수전에서 나오는 물소리를 느끼며 설거지하고, 얼굴에 마스크팩도 한 장 붙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빡빡한 삶에서 필요한 건 머나먼 이국땅을 밟는 여행만이 아니다. 샤워 후 바디로션의 향을 느끼며 바를 수 있는 순간, 푸석한 얼굴에 이천 원짜리 팩 한 장 붙일 수 시간, 소파에 누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눈감고 쉴 수 있는 시간, 책장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에 마음이 뺏겨도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하루. 옷장에 옷을 보관할 때도 쉽게 꺼내고 잘 관리하기 위해서 적당한 여유가 필요하듯 삶에도 그런 적당한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원했던 바쁨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여유를 바라는 게 나뿐일까?

삶에 있어서 채우는 노력만큼 덜어내는 것도 야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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