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필사하는 독서모임을 시작했어요. 몇 천권을 읽고 책이라 하면 자신 있다 하는 정도가 아닌 내가 독서모임을 하게 된 것은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찾을 때마다 마감이거나, 오프라인 모임은 주변에 찾을 수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책을 완독 하는 것은 물론이고 깔끔한 요약과 정돈된 생각을 말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참여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요.
그래도 독서모임 리더과정이라는 민간 과정을 듣고 나니 꽤 도움이 많이 됐고 실전 연습까지 마친 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편한 독서>라는 모임을 오픈했어요. "누가 올까?" 했던 마음이었지만 정말 누군가 문을 두드려주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매달 독서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9기 독서모임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에세이 두 편 쓰기도 미션에 넣었어요. 많지 않은 인원이라 서로 좀 더 깊은 글로 만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지정도서와도 어울리는 미션이라 생각해서요. 오늘은 독서 멤버들이 서로의 기분을 나누는 인사로 아침을 열었고, 그중에는 자작시를 올려주신 분도, 감정 카드를 공유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내가 마련한 독서모임이니 리더를 맡고 있지만 매번 배우는 입장이 되곤 합니다.
기록이든, 미션이든. 제가 제안한 것 이상으로 즐겨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편협한 생각이 한번 더 확장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아침에는 멤버의 '시'를 보며 저도 '시' 한편을 썼어요. 여전히 종이 앞에서 머뭇거렸지만 말입니다. 필사 후 시를 쓰면서 찰나의 순간이지만 깊은 나와 잠시 터치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
...(중략)
혼자 무언가 끼적이는 일. 속으로 두런두런 혼잣말하는 일.
익숙하던 것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일,
뻔하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일.
슬프다고 하지 않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하고 말하는 일.
힘들다고 하지 않고, "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 하고 말하는 일
등을 둥글게 말고 상체를 숙여, 무언가를 품는 일.
품은 채로 쓰는 일.
쓰는 사람에게만 귀한 일.
다른 사람이 보면 "뭐야, 이게?" 하고,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쓸모가 발견되지 않는 일. 우산을 쓰고도 하염없이 젖는 일.
마음이 밖을 향해 나설 때, 언어가 매듭처럼 따라와 묶이는 일.
당신이 이런 적이 있다면, 혹은 이런 상태를 눈치챈다면 당신은 이미 시를 쓰고 있는 거예요. 시는 당신 옆과 뒤,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쓰는 기분> 중에서..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 옆과 뒤에도 시가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