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by 소이


"장바구니"라고 하면 엄마들이 들고 다니는 알록달록하거나 그런 비슷한 느낌의 장바구니가 딱 떠오른다. 내 머릿속 장바구니의 연관 검색어는 과일이나 식재료 같은 거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장 보러 가자~" 하면 그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시장에 가는 거니까, 시장바구니니까.



요즘은 장바구니도 두 가지 타입이다. 오프라인 장바구니, 온라인 장바구니.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은 없지만 내 경우에는 오프라인에서 종량제 봉투가 장바구니의 역할을 대신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종량제 봉투 사용을 시행하면서부터 효율성을 위해서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만든 문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사이트마다 담아두는 장바구니가 있으니 편리하지만 그 속에 뭘 담아뒀는지 곧잘 잊곤 한다. 아무튼 장바구니도 시절 따라 형태도 쓰임도 달라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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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재래시장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야채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식재료를 샀다. 크기도 개수도 비교해 보고 난 후 하나하나 담았다. "오늘 양파 좋네~ 무른 거 없이 단단하고 말이야. 이야~ 지난주에 브로콜리가 2,500원이나 했었는데 오늘은 국산에 1,300원이네? 캠벨포도는 좀 알맹이가 작다~" 장바구니에 담기기 전까지 시선을 던지는 많은 물건들을 눈으로 이리저리 잰다.



양파를 담을 때는 이걸로 며칠을 먹을까? 보관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캠벨 포도를 보고서는 남편 생각을 한다. 이건 우리 집 양반 입맛에 맞으려나~ 하고.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경제 신문을 본 지도 꽤 됐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가 사라진다.




급하게 필요한 것만 사서 쓰는 생활을 하다 보니 여유 있게 쇼핑해 본 지는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급하게 리빙박스를 꺼내 긴 옷을 뒤적이다가 이제는 이것들도 보내줘야 하는데.. 싶은 옷들이 보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안 버려지고 계절이 바뀐 뒤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옷.



일하는 사람이 너무 기본도 안 갖춰놓았나 싶은 생각에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다가 심드렁하게 닫았다.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살지 않는다는 걸 느낀 후부터인지, 그다지 마음을 흔드는 예쁜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한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대신 얻은 펑퍼짐한 몸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 이거 없이는 안된다 싶은 물건은 노트북인데 너무 부려먹은 탓인지 스멀스멀 느려지기 시작해서 급하게 결제를 했다. 총알 배송 덕분으로(누군가의 수고 이기도하겠다) 오늘 아침에 내 책상 위로 자리 잡은 게 최근의 가장 큰 쇼핑 아이템이다. 가성비와 가심비까지 채워주니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사실 지금 새 컴퓨터를 열어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머릿속에 마우스를 어떤 걸로 바꿀까 키보드 키감은 괜찮은가 그런 생각들도 장바구니와 공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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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를 처음 들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다가 어릴 적 시장놀이가 떠오른다. 아마도 유치원 시장놀이 때부터 장바구니를 들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면 장바구니는 참 익숙한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장바구니의 추억은 있을 테니까.



어쩌면 장바구니는 시장바구니가 아니라 이야기 바구니 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 "그래서 담았어~"와 "그래서 안 담았어~"의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니까. 장바구니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5년 10년 후 장바구니 이야기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그때는 지금 없는 어떤 것을 담아뒀을까? 여자들의 장바구니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 바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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