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마중 나간 것 같은 목을 하고서 밀려있는 작업을 하던 중 친한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언니 바빠요? 오늘 저녁에 은서 언니가 애들 데리고 우리 집에 오기로 했는데 언니 시간 괜찮으면 저녁에 올래요? 뭐 간단히 시켜서 먹게요"
올해에는 서로 바빠서 잠깐 차 한잔 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터라 동생들의 시간에 맞춰보려고 했다. 마침 금요일이니 심리적으로 조금 풀어져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과 함께.
"응~ 애가 7시는 돼야 집에 오거든 그럼 그쯤 갈게~"
결혼 후 아이 셋 엄마로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기 꿈을 펼쳐보겠다고 옷가게를 시작한 동생은 장사가 천직인 건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돼서 일찍 자리를 잡았다. 한 번씩 들릴 때마다 매장에 있는 옷을 누가 싹 쓸어서 훔쳐가기라도 한 것처럼 옷걸이에 걸린 옷보다 덜렁덜렁 빈 옷걸이가 더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너 진작 옷가게를 했어야 했어~" 하면서 웃곤 했었다.
"우와~ 소율아 너 진짜 장사 잘하나 보다. 어쩜 마네킹이 맨날 옷을 벗고 있어~ 얘네들 옷 좀 입혀놔~ 내가 뭐 하나 사려고 올 때마다 옷이 없어~" 그럴 때마다 수줍게 웃는 그녀였다.
8살이나 어린 데다가 풋풋함을 간직한 동생이라 아이가 셋인 엄마인데도 나는 늘 한참 어린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열심과 행운이 함께였는지 동생은 장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서 자가로 집을 샀다. 참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 모자람 없이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동생의 모습이 예뻐 보였는데 이렇게 노력해서 집을 사고 또 우리를 초대하는 모습을 보니 멋지고, 기뻤다.
셋이 모두 일을 안 하던 때에는 어느 집에 모여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어디서 핫딜이 떴다 그러면 같이 사고, 식재료도 나눠가며 친하게 지냈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하나 둘 자기의 일을 하게 되니 시간 맞춰서 얼굴 한 번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식탁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애들 어릴 적에 힘들다고 푸념하면서 둘러앉아 정신없이 커피 한잔으로 위로받던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하얀색이 취향인 동생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하얀 식탁에 둘러앉아 음료수를 맥주 삼아 한참 동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웃고 떠들며 추억을 먹고, 추억을 만들었다. 동생들이 분주하게 그릇을 꺼냈다 치웠다 하는 동안 물끄러미 그녀들을 보니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싶었다. 풋풋하기만 했던 소율이 얼굴엔 깊어진 여자의 느낌이 느껴졌고, 하얀 얼굴만 보이던 은서 얼굴에는 엄마의 따뜻한 얼굴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날렵한 턱선 대신 동그란 얼굴을 가지게 됐지만.
유유히 흘러갈 시간 앞에 외모는 변하더라도 기뻐해 줄 수 있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너희들의 기쁨과 슬픔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언니로 늙을 수 있었으면.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서로 응원해주고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인연은 조금 더 유효기간이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