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비숑과 5개월 비숑의 덩치

by 소이

모야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방석 한 귀퉁이에 누워있어도 공간이 남을 만큼 덩치가 작았다. 남편이 애원해서 오게 된 녀석이라 신기하고 어색했던 것 말고는 너무 작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이 자랐다. 강아지가 원래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건지, 모야만 빨리 자라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자라는 게 육안으로 느껴질 정도다.


5개월째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지만 내가 챙겨주는 부분은 남편이 없는 시간에 사료 한 번, 그리고 수시로 배변패드를 치워주는 정도라 모야가 몇 키로인지 잘 모른다. 그냥 주라는 대로 주고, 더러우면 치워주는 정도다. 함께 사는 건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이 이상은 남편이 선 넘지 않길 바라니까.


퇴근 후 약속이 있어 카페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보니 애견샵이 있었다. 모야에게 필요한 모든 물건은 남편이 알아서 사 오기 때문에 애견용품 쇼핑에 관심은 없지만 샵 앞에 왔다 갔다 하는 강아지가 우리 집 모야와 같은 견종인 비숑이어서 친숙함에 이끌려 들어가게 됐다.


겨울이 다가올 거니까 조금 두꺼운 옷이나 하나 사볼까 하고 기웃거렸지만 모야의 몸무게를 모르다 보니 비닐에 적여 있는 사이즈만 보고는 옷을 고를 수가 없었다.


"사장님, 여기 이 아이랑 덩치가 비슷한 것 같은데 사이즈 뭘로 해야 하나요?"


"강아지가 몇 개월인가요?"


"5개월인데 저희 집 강아지도 비숑이에요. 그런데 남편이 다 케어를 하다 보니 몸무게를 모르겠네요."


"5개월인데 이 아이랑 덩치가 비슷하다고요? 얘는 세 살 이거든요."


"네????? 아,,, 그럼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이 아이 입은 것보다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그렇게 해서 애견샵 강아지가 입고 있던 사이즈보다 작은 M사이즈를 사 오게 됐다.

평소에 강아지에게 무심했기 때문에 내가 애견용품을 샀다는 자체에 남편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내심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입혀보니 옷이 몸을 제대로 가려주지를 못했다. 강아지 옷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모야에게 옷이 작은 건지 도통 감이 없는 나는 '좀 웃긴데, 이게 원래 이런가' 하며 키득거리다 옷값으로 쓴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그제야 애견샵에 연락을 했다.


애견샵 사장님께 우스꽝스러운 비주얼의 모야 사진을 몇 장 보낸 후에야 결국 옷이 작다는 결론이 났다. 남편은 색깔도 별로라며 이왕이면 다른 디자인으로 교환하라고. 아무래도 내 생애 첫 애견용품 쇼핑은 실패한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야와 애견샵 그 아이와 덩치가 비슷하다. 애견샵 비숑은 세 살, 우리 집 비숑은 5개월. 애견샵 세 살짜리 비숑은 미니 비숑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집 모야는 남편이 분양받을 당시 미니 비숑이라고 분양을 받았단다. 이제 와서 미니냐 아니냐가 모야를 키우냐 못 키우냐 문제는 아니지만 남편과 나의 협상에 문제가 생긴 건 분명하다. 거실 공간을 모야에게 얼마나 내어줘야 할지 곤란해졌으니까. 모야는 도대체 얼마나 자랄까? 분명 미니 비숑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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