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서가 사이를 맴도는 것을 좋아한다. 뭘 원하는지 몰라서 책점 보듯이 눈에 딱 들어오는 책을 발견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신간 서적, 철학서적, 자기 계발 서적 사이를 오가며 서성인다. '내가 원하는 게 트렌드인가? 세상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하면서.
좋아하는 것도 싫증 날 때가 있는데 얼마 전이 조금 그런 시기였다. 어떤 책을 봐도 시큰둥했고, 서가 사이를 맴도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먹고 싶어서 주문한 음식인데도 몇 입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처럼, 좋아서 집어 든 책인데도 몇 장 소화시키지 못하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몸이 지친 만큼 마음도 지쳤다는 것을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깨닫게 됐다.
한 동안은 지독하게 힘들었다.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처럼 으스스했고, 어디서 부터 메워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 대신 산책을 하거나, 나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무리 큰 상처도 결국 회복되듯, 일상의 숨결이 머무니, 커다란 구멍도 마음 백혈구가 담담하게 메워주는 것 같았다.
완전히 딱지가 앉지는 않았지만 아팠던 곳이 조금은 덜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다시 도서관 서가를 맴돌 수 있게 됐다. 굳이 꺼내어 읽지 않아도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이 마치 마음에도 닿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상이 조금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또다시 신간부터 저 구석에 있는 책장까지 좁은 책 골목을 돌아다녔다.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 규모가 작아서 늘 아쉽지만 이런 날은 오히려 소박한 규모에 평온함을 느낀다.
몇 바퀴를 돌다가 세 권을 골랐다. 한 권은 독서모임에 참여하려면 읽어야 하는 책이라 골랐고, 나머지 두 권은 책점 보듯 집어 든 책이었다. 사람한테 기대지 말라는 책 한 권, 마음을 챙기라는 책 한 권이다. 마음 챙김에 조금 더 시선이 머물렀다. 어떻게 마음을 챙기면 인생까지 바뀔 수 있는 건지. 한참 동안 책 제목의 글자들을 조각내어 보았다.
제목도 유행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자주 마음을 잊어서 그런 걸까? 자신의 마음이 어느 구석진 곳에 흘러있는지도 모르고 헤매고 다녀서 그런 걸까? 그래서 마음 챙김까지 도와주는 책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네 마음 잘 챙기라고.
나도 어디다 마음을 흘려놓고 한참을 헤매던 사람 중 한 명이었을지 모른다. 한꺼번에 흘러버린 마음은 한꺼번에 챙기기가 버겁다. 그러니까 하루 한 장이라는 말이 이렇게 쓸모를 발휘하나 보다.
표지도 마음에 들고, 몇 번씩 괜찮다 해주는 글도 마음에 들었다.
며칠째 하나씩 챙겨보니 정말 조금씩 차오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챙겨가면 되는 거겠지.
누구라도, 언젠가는 한 번씩 이렇게 흘리고 살 수밖에 없는 게 마음인지도 모르니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