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라는 요즘 직업은 '나'아닌 다른 누구의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직업은 대체로 수입은 불규칙적이지만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며,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강의로 먹고 살 때 누가 내 직업을 물어오면 망설임 없이 '방과 후 강사'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도 학교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학교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강의를 하게 된 후로 직업을 물어오는 질문에 'IT강사'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콘텐츠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고부터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가끔 고민 비슷한 걸 해본다.
강의료 이외에 생기는 수입들은 불규칙적이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들이고, 그런 일들은 대체로 시간을 조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작업하면 되는 것들이었다. 물론 마감 기한 같은 약속을 지켜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자유도가 훨씬 높았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반복할수록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은 자연스럽게 작가 또는 창작과 관련된 일도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00씨 혹시 본업이 있으신가요?"
"네. 본업은 크리에이터고요, 강의를 하거나, 멘토링 서비스를 하기도 해요."
강의를 하고, 창작을 하고, 멘토링도 한다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굳이 '본업'이라는 구분을 두어야 한다면 앞으로는 '크리에이터'가 본업이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더 커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바람만큼 더 노력했지만 프리랜서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강사'와 '크리에이터'는 비슷한 듯 다른 고충이 있었고, 병행할수록 자주 지치고 방향을 잃었다.
모든 직업에는 그 나름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크리에이터'의 고충이 그리 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덧 내가 하는 일이 크리에이터의 일이라 인지하기 시작한 후로부터 고충은 좀 더 생생한 것이 되었다. 모든 것이 설렘으로 다가왔던 일들이 늘 그렇지 않다는 것은 열심히 할수록, 다음 단계로 넘어 갈수록 더 자주 느꼈고, 아주 드물게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 답을 찾다가도 절절히 사람에게 묻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한 행동이 실수인 건지,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해도 되는 건지, 하던 일이나 잘할걸 괜히 시작한 건 아닌지, 어떤 콘텐츠로 어떤 플랫폼에서 해야 할지. 재미있는 단계를 지나고 벽을 느끼는 단계가 될수록 시시콜콜 묻고 싶어 지는 날이 많아졌다.
멘토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해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책은 피하고 싶을 때.
내 실수를 견딜 수 없을 때.
도무지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다 때려치우고 싶으면서도 다시 하고 싶은, 양가감정으로 미칠 것 같을 때.
가끔은 멘토링이 기회이고, 용기이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무슨 말인지.
슈퍼 이불 킥을 하고 싶은 오늘도,
실수가 너무 많아 몸서리치는 오늘도,
차마 스스로 "이것이 다 밑거름이 된다"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에 선물이 된다.
받은 것을 받은 것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날까지 즐겁게 달려보기를 오늘도 셀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