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들고 사진 찍으러 밖으로 나간다.
이 계절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집 앞 철길 산책로이다.
예전 경춘선 폐선 후 철길을 남기고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시장이 있고 그 근처로 골목골목 카페가 정말 많다. 한 때 유행하던 ㅇㅇ단길을 붙여 ‘공리단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장 반대편으로 철길 끝엔 화랑대 철도공원이 있다. 예전 경춘선 간이역이었던 화랑대역을 철도공원으로 만들어 기차가 서빙해 주는 카페도 있고 옛날 기차도 있고 작은 박물관도 있다.
다섯 살 무렵부터 쭉 살아 온 동네라 너무 익숙하고 그만큼 편하고.
그런데 의외로 집 동네에서 미술수업을 한 적은 거의 없다. 동네가 전부 익숙한 나 만의 공간이라 느껴서인지, 옆 동네에서 십 년 넘게 수업했어도 막상 집 동네에선 두어 팀만 했었다. 수업은 일이라 나 만의 공간과 겹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그 내 공간처럼 편안한 길 위에서 들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다.
이 그림은 내 맘에 드는 그림이다.
수업 예시이기도 했고, 내가 꽂혀있기도 해서 꽃다발을 한참 그리던 그 봄과 여름에 꽤 여러 장의 꽃다발을 그렸는데, 요 그림 맘에 든다.
꽃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많이 고민하고 많이 찾아보고 머릿속으로 다양한 꽃들을 꽃꽂이하며 색 조합 맞춰보고.
그 첫 고민의 시작이었던 그림이라 더 맘에 드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