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딱 요맘때 이탈리아 여행을 갔었다.
오랜만에 나가는 거라 너무 설레었었다.
사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라 전환도 필요한 때였다.
그냥 예쁜 낯선 곳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여행길에 사진가 한 분을 알게 됐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멋진 사진 몇 장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 오르비에토 거리를 걷는 모습 하고, 베네치아 작은 가면가게에서 마치 신비한 공간에 있는 듯 찍어준 사진이 정말 맘에 든다.
사진 잘 안 찍는 나도 무언가 특별한 사진이, 특히 혼자 여행길에서 생겨 좋았다.
돌아오기 전 날은 토요일이었다.
숙소는 로마 근교였고 폼페이로 가는 길이었다.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지금 돌아올 수 있겠냐고.
음…
서둘러 검색을 했다. 주말이어서인지 우선은 비행기 예약 다 찼다 하고, 복잡하게 경유해서 가는 편들 이 있었다. 좀 더 세밀히 찾아보거나 공항으로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처음 가 본 나라 해외가 익숙지 않고 언어도 안 되는데… 고속도로 중간에서 그냥 그렇게 눈물만 났다.
지병이 길어 언제나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아빠는 그렇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 돌아가셨다.
여러 경유의 길과 원래 예정되어 있던 다음 날 직항이랑 돌아오는 시간이 별 차이가 없어 그대로 왔고, 그렇게 바로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내 도착에 맞춰 미뤄졌던 입관에 들어갔다.
아빠도 마지막 딸의 모습을 보고 싶으셨는지 장례식장에 빈 빈소가 없어 아빠의 장례는 하루 늦춰졌고 그래서 입관도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여행 폼페이부터의 일정은 그냥 사진처럼 단편적인 이미지로 기억난다.
돌아오는 날 오전에 바티칸에 갔었다.
주일미사가 진행되고 오랜만에 프란체스코 교황님(승하하신)이 나오셨다 했다. 멀찌감치서 잠시 미사 참석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세례명도 있지만, 무신론자가 되어서 이젠 기도도 수월치 않은 ‘나’지만…
그래도 그때는 정말 위로가 됐다.
신을 믿지 않지만, 한국에서 아빠의 장례가 시작되었을 때 나도 같이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거 같아 그렇게 좀 위로가 됐다.
성당 안은 너무 복잡했지만, 바깥 차가운 공기와 파란 하늘이 많이 기억난다.
오늘은 아빠의 기일이다.
엄마의 말처럼 어딘가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