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철길갤러리

by 얕은

워낙에 운동 안 좋아한다.

근육이 많이 없어서 더욱 근력운동해야 하지만, PT를 받아도 근육이 잘 안 붙는 몸이다 보니, 싫은데 재미도 없어 헬스도 못 하겠다.

스쿼시를 좀 했었는데 운동신경도 없어 도무지 랠리가 이어지지 않고 워낙 이상한 데로 공을 날리다 보니 상대편의 운동량만 늘려줬다.

그냥 살면 안 될 거 같고 그래서 꾸준히 하는 게 걷기이다.

공원 길 따라 걷고, 3km쯤 거리의 마트 갔다 오며 걷고, 5km 좀 안 되는 백화점 갈 때도 걷고 그냥 걷는다.


걷기의 좋은 점.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하고,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 흘려버리며 걷기도 하고, 집중해서 생각을 확장시키고 정리하고 그러면서 걷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4일 이상 걷게 되는 길이 폐선된 철길 따라 있는 공원길이다.

그 길 붙어있는 주택가 쪽으로 담벼락이 있는데 그 벽엔 벽화들이 있다. 가끔씩 그림이 바뀌기도 하고 사진작품들이 붙어 있을 때도 있다.

몇 번 바뀐 작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지금 작품들 괜찮다.

아름답고 그런 거 보다 지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거 같고, 그 앞에서 가끔 사진도 한 장 찍고 주변 계절과 잘 어울린다.



초여름 초록초록한 풀들이 점점 무성해지던 기차 옆에는 쌀쌀해진 날씨에 갈대가 무성해졌고, 등대 옆 키 작던 풀은 무성하게 자라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언제나 그 모습일 거 같은 벽화도 그렇게 계절에

맞춰 소품을 더한다.

아마 곧 두세 달 후엔 기차 옆 바위 위에 눈이 살짝 얹어지겠지.

그렇게 일상이 지나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