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지쳐있다.
11월 중순쯤부터 나의 체력이 바닥이 났다.
어쩐지… 나의 저질 체력을 우습게 여기고 늦여름과 초가을 바쁘게 다녔다. 전시도 많이 보고 그 틈엔 영화도 봐야 했고 짧은 가을 즐긴다고 뚜벅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으로 다녔다.
사실 전시를 보는 일도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맘에 드는 전시를 볼 때 약간 업된 상태에서 최대한 집중해서 빠져들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래서 거의 혼자 가서 그림만 집중해서 본다.
채우는 에너지는 다 모았고 그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채우다가 새어나갔나 보다. 여유가 별로 없다.
은근히 계속 부담이 됐던 성인 수업 전시를 오픈하고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할 계획들을 고민하며 달력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 완성한 그림으로 가방 커스텀을 제작해 봤다. 고를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한 개도 제작할 수 있어 해 봤다. 썩 괜찮다.
지금하고 있는 전시의 우리 작가님들 작품으로 각자 기념 될 커스텀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하는 전시지만, 드나드는 사람도 많고 공간과 그림이 잘 어울려 많이들 좋아한다. 우리 작가님들 첫 전시라서 지인이, 동서가 보낸 꽃바구니를 보면, 나 스스로에게 내가 나름 잘 이끌었다 싶어 칭찬한다.
머릿속 계획들이 기대도 되고, 그 기대가 그냥 기대로만 끝날 수도 있지만…
프리랜서의 힘든 일은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움직여야 하고 그만큼의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안 움직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움직여야지.
연말에 많은 생각이 들어 자꾸만 나를 다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