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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고 당연한 것들

by 자유여행자

영원한줄 알았던 것들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야자를 하다 몰래 빠져나와 농구를 하던

몇명의 멤버들이 있었다.


학업의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으면서도 우리는

작은것에 세상이 부서져라 웃고

밤하늘의 별이 흔들릴 정도로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10시가 넘어 야자가 끝나고 귀가할 무렵

하늘을 보면서

우리가 함께 보내는 이 즐거운 시간들은 영원할 것이라고

늘 움직이지 않고 반짝이는 저 별과 같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그렇게 대학을 가서도 우리의 웃음은 계속되었으나

만남의 빈도는 점차 줄어들어 갔다.


군대를 갔다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는 시험을 준비하고

누구는 취업을 하여 구르면서


매달 1번,

1년에 몇번,

몇년에 한번.


어느덧 더이상 우리의 웃음은 세상을 위협하지 못했으며 별이 흔들릴 정도로 뛰어다닐 일도 없어졌다.


오랜만에 만나 예전을 추억하며 낄낄대다가

짧은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우리의 비어버린 시간처럼 너무도 공허하다.


하늘을 쳐다보니

예전 우리가 보던 그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는 여러 갈래 길목에서 서로를 등진 채

어디까지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당연한줄 알았던 것들이 있다.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

아낌없이 마음을 주던 사람이 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슨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리는지

내가 어떠한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꿈이 무엇인지


온 마음을 다해 궁금해하고

내 삶에 들어와 있고 싶어했다.


카페에 마주앉아 재잘대며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연인 사이라면 이정도는 당연한 것 아닐까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삼켰다.


우리의 시간은 좀 더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 꿈을 위한다는 핑계로

그녀와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점점 당연하게 여겼다.


카페에 마주앉아 있어도

서로 오가는 대화가 줄어든다.


거리낌 없이 걸던 늦은밤의 전화를

점점 주저하게 된다.


시시콜콜한 내 삶의 이야기를

그녀가 더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다.


어느 비오는 날

우산 너머 쓸쓸한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한 우리는

서로 등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렇게 걷다 지쳐 도착한 카페에서 받아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넘겼는데

내 맞은편에서 재잘대던 당연한 우리는 어디가고 깨어진 세상 속 나 혼자만 남은 것일까.



시간이 지나

수많은 상실을 경험하고 나서야

영원하고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받아들이게 된다.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겨야 하는 것이고,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이 당연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 모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의 영원함을 담았다가도 앗아가고,

우리에게 익숙함을 주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낯선곳으로 데려간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에서

저 두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속에 묻어두고 온

추억이라는 보석들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영원한 평온함과 즐거움을 위하여.

더이상 상실의 고통이 없는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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