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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아주 천천히

by lululala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자주 손을 주무르며

작은 냄비 하나 드는 일조차

조심스러워하신다


예전보다 아버지는 자주 의자를 찾으며

짧은 계단도, 작은 문턱도

한걸음씩 쉬어가신다


앞서가던 두 분의 뒷모습은

더는 보기 어렵고,

내가 걸음을 늦춰 돌아보면

안심한듯 함께 걷는다



식탁 위 대화가 줄고

말없이 앉아계실 때면

나는 문득, 세월이 우리 곁을

조용히 머물다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부모님은 천천히

시간 속으로 걸어가신다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당신이 머무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를


하늘에 붉게 물든 노을이

저물지 않기를


나는 다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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