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다
매서운 바람에 살갗이 에이고
얼음장 같은 밤이 내려앉아도
묵묵히 눈을 감는다
작은 몸짓으로 웅크린 채
눈비늘 속에 꿈을 감추고
혹독한 계절을 견딘다
인고의 시간은 길고도 깊어
살을 에는 듯한 한기에도
떨림 하나 없이 기다린다
그렇게 얼어붙은 시간이 흘러
한겨울의 거친 숨결이 스러지고
봄 햇살이 얼굴을 비추면,
겨울눈은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연둣빛 몽우리를 피워낸다
겨울을 이겨낸 가지가지마다
봄의 찬가를 부른다
마침내 피어날 그날을 위해
서릿발 추위를 온몸으로 품어낸 겨울눈,
우리도 그처럼 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