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창밖의 불빛을 등진 채
식어가는 커피를 마신다.
맛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이 창문을 두드려도
메아리 없이 흩어질 뿐,
우리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유리창에 비친 네 얼굴이,
새벽 안개 속 희미한 불빛처럼
멀고도 차갑다.
얼어붙은 너의 표정에도,
비어있는 너의 눈빛에도,
더 이상의 온기는 없다.
창문 너머,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헤드라이트가 미끄러지고,
어느새 우리는,
회색빛 도시의 어긋난 길 위에서,
서로를 잃어가며 타인이 된다.
이토록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에게 가장 먼 존재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