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경열 Sep 27. 2023

그때 그시절8

8편 고향 대항리(3)

대항리 바다와 산에 가면 잡을 것도 먹을 것도 놀 것도 많아 우리집 골방에는 친구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거의 반세기 전 우리가 열칠팔살되던 추석 다음날쯤~~~친구들 족히 열 대엿은 모였다. 바닷가 구석에는 마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삼마이 그물이 놓여있었다. 삼마이 그물은 일본놈들이 만든 이름인데 삼중막 그물이라는 뜻이다.


일단 고기떼를 발견하면 어른 키 정도 바다로 들어가 고기를 에워싸 뭍으로 잡아 땡겨 끌어올리면 되는 것이다. 그물의 길이는 족히 100m 정도 되니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울 아버지가 평소에 손질을 잘 해놔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그물이다. 친구들이 삼마이 그물을 들춰 메고 바다로 나갔다.


총감독인 울 아바지 고기떼를 포착하고는 작업 지시를 내린다. 선두 주자는 형노, 키가 커서 깊은 곳까지 그물을 펼칠 수 있어 지목해 줬다. 두 번째 주자로 마꼬(친구별명)를 지목해 주었는데 꾀를 부리면서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세 번째 작업반장 병갑이는 그물이 고기떼를 다 둘러 쌓아 양쪽에서 끌어당길 때 인원 배치를 적당히 해야 하는 일을 맡았다. 친구들 반 이상은 어깨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을 감수하면서 물고기가 그물 위로 튀어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들어 올리면서 그물을 펼쳐야 했다.


어느 정도 둘러싸고 고기떼가 그물 안쪽으로 포획이 되었다면 양쪽에서 잡아 땡겨야 한다.


총감독인 울 아버지가 “땡겨~~” 하는 구령을 내면 모두 힘을 합처 땡겨야 했다.


영차 ~ 영차 ~


어느 정도 그물을 잡아 땡겨 보니 물속에서 왔다갔다하는 물고기가 보였는데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다.


작업반장 병갑이는 물속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물 땡기는 것도 안 하고 밖에서 소락뎅이만 지른다고 마꼬한테 고함을 친다.


운산리 형규는 처음 잡아 보는 팔뚝만한 물고기를 손에 쥐고 기뻐 날뛰다가 그만 놓쳐버렸다. 친구들한테 욕만 테비기 얻어 먹었다. 놓친 물고기는 10kg정도 되는 대방어였다. 


남식이는 배가 통통한 복쟁이(복어)를 보더니 야구공처럼 생겼다고 그걸 영배한테 힘껏 던진다. 남식이는 그때부터 야구인의 피가 흘렀던지 변산에서 탄생시킨 세계적인 스타 박병호 선수의 작은 아버지다.


그 와중에 우룡이는 그물 땡기다가 운동화 한 짝이 파도에 씻겨 가버렸다.


그렇게 놓친 고기만도 수십 마리 정도였지만 잡은 고기들을 보니 농어, 숭어, 망둥어, 놀래미가 가득하다. 일부는 동네 어른들한테 나눠주고~~


집에 와 아버지는 싱싱한 생선포를 뜨시고 어머니는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였다.


열댓 명이 마신 술만 쇠주 5박스나 되었다.


젊은 데다가 바닷바람과 마시니 취하지도 않았다.


그때 그 추억이 가끔씩 생각나 글로 적어 봤다.


옹기종기 살았던 마을 30여 가구는 돈 많은 도시 사람한테 헐값에 모두 팔고 도시로 떠나 버렸다.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몇만 평 되는 언덕 땅은 대항리 원주민 소유가 별로 없다.


미군한테 코카콜라와 쏘시지를 “게라리어” 들으면 얻어먹었던 상식이도 저 세상으로 먼저 갔고 망둥어 낚시하고 고기 잡던 친구들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내 맘속에 추억으로만 남았다.


해방조개와 배꼽이 득실대는 뻘밭은 타지역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어 무슨 체험장을 만든다고 출입금지라 한다. 모텔과 횟집이 들어서면서 원주민보다 타지역 사람이 더 많아졌다.


변산 둘레길 1코스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대항리 패총도 그대로 쓰레기로 남아 있다.


환갑이 넘은 친구들아 ~~~다시 한번 만나 삼마이그물 한번 끌어 보자.



작가의 이전글 그때 그시절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