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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Sep 30. 2023

그때 그 시절16(연재)

16편 영양실쪼(2)

사람들이 뜸한 길을 오솔길이라 한다. 오소리만 다니는 좁은 길이라는 뜻인지 모르지만 이름 모를 야생화도 많고 풀 숲속을 잘 찾아보면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많이 있었다. 잡아서 구워 먹으면 고소해 간식거리로도 인기가 좋다. 하지만 그 오솔길은 생명을 앗아 갈 지뢰밭이다.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개구리와 곤충들이 많은 탓에 먹이 사슬 상위 포식자인 뱀도 많았다. 속담처럼 정말로 구렁이 담 넘어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집 주위에서 살고있는 구렁이는 절대 잡는 법이 없다. 구렁이가 집을 지켜 준다는 미신이 예로부터 있었다.


나는 초등 3학년 여름 방학 때 뱀에 물린 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몇 분이 지났는데 다리가 부어오르고 통증도 심했다. 울 엄니 보더니 큰일 났다며 독사에 물렸단다.


우리 외삼촌을 불러 짐 자전거 타고 자갈길 30분을 달려 해창 다리 밑 돌팔이 의사 집에 다달았다. 의사 면허는 없던 것 같았는데 주사는 물론 침도 놓고 이빨도 빼고 치질 수술도하고 가축들도 치료하던 곳이다. 치과, 한의사, 내과, 외과, 수의사 등 병원시설이 여의치 않은 그 당시 60년대에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무서운 것은 이쑤시개만 한 것부터 젓가락만 한 것까지 대침을 몸에 쑥쑥 집어넣는다. 명의로 소문 난 분이었다.


돌팔이 의사는 뒤꿈치 물린 부분은 이미 아물었지만, 십자로 칼집을 내어 입으로 쪽~ 쪽~ 빨아 뱉어내 독을 빼셨다. 해독 주사도 놓았다. 그러나 이미 혈액을 타고 독이 몸에 퍼지고 있었다. 사타구니 근방에 대침을 놓아 피를 뽑았다. 독이 퍼진 혈액을 빼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더이상 퍼지지 않도록 허벅지를 고무줄로 꽉 묶었다. 석유와 쇠주에 발을 번갈아 담고 있으라 하셨다.


아버님 마실 쇠주도 부족한데 댓병 하나를 모두 부어놓고 발을 담궜더니 독인지 몰라도 노란 진물이 흘러나왔다. 며칠이 흘렀다. 왼쪽 다리가 발끝부터 쌔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썩고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살모사는 어미를 살해한다는 끔찍한 독뱀이다. 특히 부안지역은 까치 살모사가 제일 독종이다. 생명을 잃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 어머님이 미리 독사에 물렸다고 예측을 하신 거였다.


면허없는 의사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 하신다. 큰 병원 가서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 모른다 하신다. 큰 병원에 갈 형편도 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 집안이 울음바다가 됐다.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내 상태를 보더니 보안면 영전 쪽에 유명한 땅꾼이 있는데 독사도 많이 물려보고 치료도 많이 하신 전문가가 계신다고 하셨다. 물어물어 영전까지 가서 땅꾼 집을 찾았다. 산비탈 초가집이었다. 마당에 웅덩이에는 이름 모를 뱀들이 우글우글했다. 내 다리를 보더니 더 심한 사람도 치료하셨단다. 약으로 치료가 아니라 독사 독으로 치료를 하신다고 했다. 이독공독(以毒攻毒), 독으로서 독을 공격한다. 즉 독을 없애는 데는 다른 독을 쓴다는 말이다. 썩어가는 다리도 새살을 돋는 독사 독을 개발하여 쥐에 실험까지 하셨던 분이셨다. 그러나 정식 의사나 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약값은 안 받는다.


뱀탕이나 뱀 쓸게를 팔아서 돈벌이하는 땅군이었다. 폐결핵이나 매독 등 병원에서 치료 못 하는 병도 치료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그 분이 들려준 이야기다. 산삼보다 귀한 최고의 보약은 백사라고 한다. 산삼을 먹고 열을 발산하지 못해 겨울잠을 못 자고 하얀 눈밭을 돌아다니는 백사는 허구이며 생물학적으로 그런 뱀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하신다. 머리가 삼각형이면 독사라 하는데 삼각형이 아닌 독사도 많이 있다고 한다. 담배나 백반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뱀이 접근을 못 한다는 이야기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한다. 독사에 물리고 한 시간만 되어도 온몸에 퍼지기 때문에 물린 상처를 입으로 빤다고 해서 빠지는 게 아니라 했다. 뱀에 대하여서는 모르는 게 없는 진정한 직업 땅꾼이었다. 그렇게 10일 정도 약을 바르고 먹고 했더니 정말로 독 끼가 빠지면서 검은색 피부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살모사에 물려 완쾌한 것이다. 이분이야말로 돌팔이지만 명의 중 명의다. 천만다행으로 다리 하나를 구해냈다.


독사 물린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머리도 띵하여 공부도 안된다. 풀밭에 가기가 겁난다. 아버지 나를 데리고 부안 한의원에 가서 정식으로 진맥 짚어 본다. 한의사도 별 특별한 진단 없이 양기가 부족하다며 녹용 넣은 한약 한재 지어 주신다. 그 말이 그 말, 울 아버지와 한의사 진단 도찐개찐~ 다 “앵양실쪼” 녹용이 좋은지 한약을 달여먹고 나니 양기가 돌고 생기가 되살아났다. 


 여러분 이 어려운 시기에 콜레라도 앵양실쪼도 비따민 결핍도 독사 물린 것도 다 이겨냈습니다. 요즘처럼 전문의사와 시설 좋은 병원과 깨끗한 위생환경에 코로나 19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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