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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밴쿠버 아일랜드 여행

민재 미첼 mjmitchell

16. 밴쿠버 아일랜드 여행


남편이 처음 교정해 준 나의 영어 발음은 밴쿠버 Vancouver의 V 발음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4년 동안 밴쿠버 아일랜드 Vancouver Island에서 살다 온 남편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정성을 다해 내 어설픈 V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나는 이것은 한국 사람이 외국인에게 '갱냄'이 아니라 '강남'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과 같은 심정일 거라고 이해했다. 밴쿠버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남편 덕에 그곳은 우리의 첫 캐나다 여행지가 됐고 그 후 여러 번 방문을 해도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밴쿠버는 내륙에 있는 도시 이름이고, 밴쿠버 앞바다에 있는 섬이 <밴쿠버 아일랜드>(이하-밴쿠버 섬)다. 내가 사는 노바스코샤의 주 도시는 핼리팩스이고 브리티시 콜럼비아 British Columbia주(줄여서 BC주)의 주 도시는 빅토리아다. 밴쿠버가 워낙 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BC주의 주 도시를 밴쿠버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밴쿠버섬에 있는 역사 깊고 아름다운 도시 빅토리아가 BC주의 주도시다. 밴쿠버섬은 내가 사는 노바스코샤와는 캐나다 대륙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떨어져 있다. 거리의 차이만큼 자연환경도 다르고 도시의 분위기도 조금 다르다.


밴쿠버 섬으로 들어가는 배 Ferry를 타면 바다에서 펼쳐지는 환영인사를 볼 수 있었다.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 Porpoises 떼가 배를 쫓아 헤엄쳤다. 상괭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롱을 부리며 뱃길을 열어주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나라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멋진 환영식이었다. 그러나 상괭이는 밴쿠버 섬에서 만날 많은 동물 등장의 서막에 불과했다. 밴쿠버 만해도 서울에 비하면 공기가 좋은데, 밴쿠버 섬으로 들어가면 더욱 청명한 공기를 만날 수 있었다. 맑고 깨끗한 공기가 폐를 정화해 주고 막힌 코를 뻥! 뚫어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밴쿠버 아일랜드 숲

밴쿠버 섬에 가면 우리는 언제나 D와 K 부부의 집에 짐을 풀었다. 남편의 친구 M의 부모님인 그분들은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우리는 그들을 '서쪽에 사는 부모님'이라고 불렀다. D와 K 부부는 밴쿠버 섬의 동중부 쪽에 있는 코트니 Courtenay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내가 처음 코트니에 갔을 때 (약 18년 전)는 마을에서 한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한인 유학생들도 빅토리아 Victiria나 나나이모 Nanaimo 같은 도시에서나 만날 수 있었는데 해가 갈수록 한인들이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면 바로 밴쿠버 섬이다. 캐나다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한국과 가깝다. 밴쿠버에서 배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한국과 가깝고, 대도시에 비해 뒤질 것 없는 좋은 교육환경과 깨끗한 자연환경이 많은 한인들을 불러 모은 것 같았다.


내가 밴쿠버 섬을 처음 방문 했을 때는 11월 초였다. 늦가을의 밴쿠버 섬은 비가 자주 내려서 온통 축축했다. 동네 곳곳에서 아름드리나무가 우뚝우뚝 자라고 있었다. 산책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나무 밑동에 깔린 물먹은 이끼가 푹신하게 밟혔다. 길 위에 떨어진 붉은 단풍잎이 캐나다 국기를 꼭 닮아 보였다.


하루는 남편의 재촉에 별다른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강가 산책을 나갔었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랄 광경이 거기 있었다. 연어다! 물살을 거꾸로 오르는 무수한 연어 떼였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방으로 물을 튀기며 강을 거스르는 연어를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회귀의 본능으로 고향을 찾은 그들은 생과 사를 넘나 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연어의 사체는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위험한지 말해주고 있었다. 힘차게 헤엄치는 생명의 힘에 감탄을 하다가도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되도록 험한 길을 가야 하는 연어의 고단한 삶에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진 운명처럼 보였다. 숲 속 깊은 강이 아니라 마을 바로 옆, 집들이 늘어선 얕은 개천에서 연어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다. 천혜자연의 밴쿠버섬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연어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남편과 나는 다시 산책을 이어 갔다. 우리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벤치에 앉아 쉬면서 물멍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물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저 멀리, 백여 미터 전방에 동그란 까만 공 같은 것이 물 위에 떠올랐다 가라앉고는 했다. 자세히 보니 물개의 머리였다. 연어 사냥을 나온 물개가 부지런히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물 위로 나와 숨을 고르는 물개의 머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물개의 머리는 작고 깜찍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었다. 물개가 잠수를 하면 한참 뒤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떠올랐다. 떠오르는 물개 까만 머리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해변을 산책할 때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물개 가족을 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물개들이 동동 떠다니는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물개를 보고 있는 동안 하늘에는 맹금류가 날고 있었다. 독수리 서너 마리가 사냥감을 찾느라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하늘 위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밴쿠버섬은 생물도감 그 자체였다.

우리 집 거실에는 만년설산 그림이 걸려있다. 친구 어머니 K 씨로부터 선물 받은 <커목스 만년설 The Comox Glacier> 그림이다. 빙하의 고도가 1,960m인 커목스 만년설은 밴쿠버 섬의 자랑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을 올려다보면 오랫동안 섬을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목스 만년설 The Comox Glacier

우리는 밴쿠버섬에서도 오지마을인 제발로스 Zeballos로 여행을 갔었다. 폐광촌인 제발로스에는 남편의 친구 A가 살고 있었다. 나는 이 여행에서 캐나다의 원시 자연을 볼 수 있었다. 섬의 동쪽에 있는 코트니에서 서쪽 제발로스까지 가는 길은 아름다운 호수와 숲과 오래된 외딴 마을을 지나는 긴 여정이었다. 이따금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한 원시림 사이로 난 길을 달리기도 했고, 아무도 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외딴 마을도 지나야 했다. 고맙게도 직접 운전을 해준 친구 아버지 D 씨는 섬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외딴 마을을 지날 때마다 이 마을이 자신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나무를 벌목하고 척박한 땅을 개간하며 살았던 초기 정착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들려준 옛이야기는 밴쿠버 섬 토박이인 그와 그의 조상들의 가족 사이며, 밴쿠버 섬에 정착한 유럽 이민자들의 역사이기도 했다. 우리는 D 씨의 이야기를 듣느라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A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밀린 회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금광 투어를 위해 집을 나섰다. 오래전에 금광이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로 모여들었다고 했다. 황금광 시대에는 이 마을도 제법 번성했고 사람들로 품 볐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빈집들만 줄지어 있었다. 부둣가에 가득한 빈집 사이를 걷고 있자니 으스스하고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어떤 집안에는 쓰던 가구가 그대로 남겨져 있기도 했다. 화려한 쇼를 마친 텅 빈 무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는 빈집들을 뒤로하고 강 언덕에 자리한 금광 입구로 갔다. 광산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잠겨있었고 끌차를 밀던 레일 위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소량이지만 지금도 강에서 사금이 발견된다고 해서 우리는 준비해 간 도구를 이용해 강의 모래를 걸러 사금을 찾아보기도 했다. 물론 사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황금처럼 빛나던 황금시대가 오래전에 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발로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엘크와 곰을 만났다. 엘크는 멀리 풀숲에 서 있어서 정확한 크기를 가늠할 수없었지만 내게는 말만큼 커 보였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큰 뿔은 마치 나무를 머리에 이고 다는 것 같기도 하고 커다란 왕관 같기도 해서 신비한 숲 속 정령처럼 보였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공사장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기 곰 4마리를 발견했다. 동그란 귀를 한 작은 곰들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아기곰 쪽으로 걸어갔다. 물론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한 백여 미터 떨어진 거리였는데 멀리서 보아도 동글동글한 모습이 그야말로 곰돌이 그 자체였다. 만약 남편이 내 팔을 잡아 채지 않았다면 겁도 없이 곰 근처로 가고 말았을 것이다. 남편은 분명 이 근처에 어미곰이 있을 테니 죽지 않으려면 이제 그만 자리를 떠야 한다고 했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는 예민해서 더욱 위험하다고 했다. 아쉽지만 꼬물이 아기곰 관찰을 짧게 끝내고 우리는 차에 올라 타야만 했다.

토템 Totem

밴쿠버 섬 곳곳에서는 선주민들의 문화유산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큰 나무를 깎아 만든 거대한 상징물이 많아서 <토템의 도시 City of Totems>라 불리는 던컨 Duncan에서는 선주민들의 아름다운 조형예술, 토템폴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 기둥에 식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조각해 놓은 토템폴은 마치 우리나라의 장승과도 같아 보였다. 선주민들은 이 토템폴에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던컨에는 수십 개가 넘는 토템폴이 있는데 길에 그려진 노란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지 않고 마을을 관광할 수 있었다.

밴쿠버섬에 있는 역사박물관에 갔을 때, 나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소울캐쳐 Soulcatcher>였다. 실을 얼기설기 엮고 깃털로 장식한 <드림캐쳐 Dreamcatcher>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나쁜 꿈을 꾸지 않게 해 준다는 드림캐쳐는 북아메리카 선주민들의 전통 공예품이다. 악몽을 걸러 준다고 해서 전 세계인의 머리맡에 걸려 있을 정도이니 그 유명세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집 안방에도 드림캐쳐가 걸려 있다. 그런데 나는 소울캐쳐가 있는 줄은 몰랐다. 작은 동물의 뼈를 조각하고 그 위에 전복껍데기로 장식을 한 소울캐쳐는 오색으로 반짝였다. 아주 작은 피리처럼 보였다. 나쁜 영혼을 빨아들여 가두거나, 좋은 영혼을 제자리로 옮길 때 사용하는 도구 라고 했다. 나는 유리관 안에 전시된 소울 캐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찌나 예쁘고 신비해 보이던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내 영혼까지 빼앗길 뻔했다. 나에게 소울캐쳐가 있다면 어떤 영혼을 가두고 어떤 영혼을 놓아 줄지 상상해 보았다.

밴쿠버 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다. 우리는 배를 타고 아기자기한 섬들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덴먼 섬 Denman Island>에 들렀을 때는 친구의 낡은 별장 수리를 돕기도 했다. 낡았지만 아름다운 별장은 마치 그림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포근하고 정겨웠다.

<혼비 섬 Hornby Island>에 서는 나무 바구니를 만드는 공예가를 만났다. 그 집에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구 달려들었다.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놀아 달라고 마구마구 달려들었다. 강아지는 공을 던져 달라고 졸랐다. 우리는 공을 멀리 던지는 기구까지 써가면서 공을 멀리멀리 던져 주었지만 강아지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공을 물어왔다. 공놀이에 진심인 강아지 덕에 우리는 팔이 아프도록 무한반복으로 공을 던져 줘야 했고 보다못한 주인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진정시켜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아지와 밤새도록 공놀이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남편과 나의 밴쿠버섬 여행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에피소드가 생겨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겨울에는 눈 쌓인 산길을 가다 차바퀴가 눈 구덩이에 빠져서 고생을 하기도 했고 여름에는 <오이스터 비치 Oyster Beach>에서 굴을 따다 먹기도 했다.

밴쿠버섬에는 굴이 바닥에 널려 있는 오이스터비치가 있다. 굴은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줄로만 알고 있던 내게 오이스터비치는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는 친구들, 친구 부모님까지 해서 한 10여 명이 양동이를 들고 굴을 따러 갔었다. 해변에 도착해서 보니 발목까지 잠기는 얕은 물속, 모래 위에 커다란 굴들이 널려있는 게 아닌가! 한국사람인 나와 H는 굴을 보자마자 생굴을 먹을 생각에 흥분했다. 다짜고짜 커다란 굴을 집어 들고 먹으려고 깨고 있는 우리를 캐네디언들이 급하게 말렸다. 여름철에는 꼭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아쉽지만 생굴시식을 포기하고 열심히 굴을 양동이에 주워 담았다. 담다 보니 자꾸만 더 큰 굴이 눈에 띄어서 나중에는 잡은 굴을 다 버리고 큰 굴로만 엄선해서 다시 양동이를 채웠다. 10여 명의 일행이 갔지만 고작 양동이 2개만 채워 오는 캐네디언을 보면서 나와 H는 감탄을 했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면 과연 굴이 남아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욕심내지 않는 캐네디언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굴은 치즈와 함께 오븐에서 구워졌고 새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싱싱한 굴은 맛도 끝내주게 좋았다.

밴쿠버섬에는 호두를 깨먹는 똘똘한 까마귀들도 있었다. 어디선가 물어온 호두를 까마귀들이 전깃줄 위에서 아스팔트로 떨어뜨렸다. 호두가 딱! 깨지면 까마귀가 사뿐히 내려와서 호두를 쪼아 먹었다. 까마귀의 지능이 높다고는 들었지만 딱딱한 호두를 깨 먹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두 마리의 까마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호두나무 근처의 전깃줄에는 까마귀들이 호두를 물고 줄을 서 있었다. 조용한 오후, 동네 골목길에는 호두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깨진 호두를 주워 먹는 까마귀의 날갯짓 소리만 들렸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밴쿠버 섬의 최남단에 있는 도시 <빅토리아>는 깨끗하고 우아했다. 사계절 날씨가 온화해서 2월이면 봄꽃이 핀다고 했다. 노바스코샤에 비하면 겨울이 짧고 눈도 적게 온다니 나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없었다. 따뜻한 빅토리아에는 유명한 식물원이 있다. <부챠드 가든스 The Butchart Gardens>인데 이곳은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관광명소이다. 사계절 온화한 날씨 덕분인지 꽃의 종류가 다양했고 정원 내 건물들은 모두 공을 들여 관리되고 있었다. 식물원, 박물관 모두 좋지만 나는 그냥 길만 걸어도 좋았다. 빅토리아에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했고 대학가 주변에는 유니크한 생동감이 넘쳤다.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밴쿠버섬에서 살고 싶어 한다. 북쪽 래브라도 출신인 남편은 따뜻한 밴쿠버 섬을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밴쿠버섬은 남편에게만 특별한 곳이 아니다. 내게도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그곳에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고 상괭이, 독수리, 연어, 물개, 엘크, 곰도 있다. 그뿐이랴 신기한 호두까기 까마귀도 있었다. 두고두고 꺼내서 추억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섬이다. 노바스코샤에서 추억하는 밴쿠버 섬은 동쪽 끝과 서쪽 끝이라는 물리적 거리만큼 그리움도 길고 깊다. 할 수만 있다면 소울 캐쳐에 내 영혼을 담아서 밴쿠버 섬으로 잠시 옮겨 놓고 싶을 때가 많다. 대자연의 생물도감 밴쿠버 아일랜드! 그곳에 가면 영혼까지 편안해진다.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며 V 발음에 신경 써서 외쳐본다. Vancouver Island! I miss you so much!!


글-민재미첼 그림-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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