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재 미첼 MJ Mitchell Nov 14. 2023

시詩-삶은 왜 슬픈 걸까

민재미첼 MJ Mitchell

삶은 왜 슬픈 걸까


민재미첼


여자는 다운타운 진입로의 큰길 가운데 서 있었다. 중앙선 대신 도로 중앙에 놓인 화단 위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푸른 잔디가 자라고 굵은 가로수가 이쪽 차선과 저쪽 차선 사이를 가르며 줄지어 서 있었다. 신호에 걸려 잠시 차를 멈춘 사이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갈색눈의 여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피곤해 보였고 알록달록 단풍 든 가로수는 터무니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여자의 손에는 빈 커피컵이 들려 있었다.  ‘캐나다 거지들은 모두 *팀호튼스 컵을 들고 있어 혹시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다면 미국에서 온 거지일 거야’ 이민 선배가 오래전에 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나는 동전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동전을 찾고 싶었다. 내게 동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절대 돈 주지 마 여기 거지들은 돈 줘 봐야 마리화나나 사서 필 거야’ 그 선배가 덧붙인 말이 사실이라도 상관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없는 동전이 나올 리가 없었다. 여자의 뒤로 풀밭 위에 주져 앉듯 놓여있는 커다란 배낭이 보였다. 지갑 안에 든 이십 달러 지폐를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다. 차를 출발시켜야 했다.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구걸한 돈을 들고 이쪽 차선을 건널까 저쪽 차선을 건널까 아니면 마리화나를 사 피면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고민만 하다가 다시 빈 커피컵을 흔들게 될까. 나는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며 생각했다. 삶은 왜 슬픈 걸까.



*팀호튼스- 캐나다의 가장 대중적이고 오래된(1964~)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작가의 이전글 시詩-나무책상과 책상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