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고, 낫고 싶었다

정확한 진단명이 나오다: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by 도로시의선물

금요일에 입원해 토요일, 일요일 주말 동안 갑작스러운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주변 사람들에게 쉴 새 없이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된 일이냐, 갑자기 그런 거냐, 병원에서는 뭐라고 그러냐, 코로나 백신을 맞고 그런 게 아니냐 등등... 수많은 질문이 날아왔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병에 대한 질문들에 다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병에 걸린 원인을 찾기보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가 중요했다.


골수 검사 결과는 급성골수성 백혈병(AML)으로 나왔으며, 유전자 검사는 약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주말 동안 주치의 교수님이 정해지고 앞으로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월요일 오전에 보호자와 함께 치료 상담을 할 것이고, 오후에는 쇄골 밑에 항암약을 투여하기 위해 관을 심는 시술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항암약이 독하기 때문에 피부에 직접 연결해서 맞으면 혈관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관을 심어 약을 투여해야 하며 시술은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하셨다. 시술을 한다는 것도 겁이 났지만 그보다 이 병으로 인해 죽을까 봐 두려웠다.


교수님이 가신 후 엄마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엄마는 월요일 오전 일찍 아침에 아빠와 남동생과 올라갈 테니 그때 보자고 했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작은 고모에게도 연락을 했다. 나랑 같은 병으로 딸을 먼저 보낸 고모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고모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지금 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이 고모밖에 없다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월요일 아침 일찍 올라와 상담이 끝나면 정신이 없어서 점심도 먹지 못할 것 같은데 점심을 조금 챙겨달라고 부탁했고 고모는 흔쾌히 알았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당부했다. 아픈 와중에 나보다 더 충격이 클 엄마 아빠가 걱정되었다.


주말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참 좋았을 텐데 문제가 생겼다. 왼쪽 골반 쪽에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종기가 생겼다. 토요일까지는 괜찮았는데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플 정도였다. 담당 간호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하자 간호사는 부위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며 사진을 찍어 교수님께 보냈다. 담당 교수님은 외과 교수님들과 상의를 하고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에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중심정맥관 삽입에 이어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이라니...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덜컥 겁이 났다.


월요일 아침 일찍 전주에서 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11시쯤 혈소판 수치가 낮아 폴대에 혈액 팩을 달고 병실 밖 면회장소에서 가족과 고모 그리고 사촌동생을 만났다. 평소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동생이 내 모습을 보고 울먹거렸다. 치료 상담은 외래 진료를 보는 곳 옆에 있는 상담실에서 진행되었다.


주치의 교수님은 지금 내 몸의 상태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어떤 병인지 그리고 앞으로 치료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상담을 마친 당일 오후에는 항암약을 투여하기 위해 오른쪽 쇄골 밑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고, 다음날 오전에 왼쪽 골반에 난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에 오후부터 항암약을 투여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뭔가 더 질문하고 싶은데 아는 게 없어 뭘 질문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완치율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만 했다.


이 병에서 나을 수 있을까? 낫고 싶고,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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