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정맥관 삽입과 골수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 날
오지 않았으면 하는 아침이 왔다. 아침 회진에 담당 교수님은 중심정맥관 삽입을 하고 바로 골수 검사를 할 거라 하셨다. 회진을 마친 후 곧바로 수술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중심정맥관 삽입을 위해 혈관조영실로 이동했다.
관해항암때와 마찬가지로 이동침대에서 차가운 시술대로 옮겨졌고, 간단한 체크를 한 후 다시 눈 위에 흰 천이 덮였다. 이전과 동일하게 오른쪽 쇄골 아래를 소독하고 마취를 하고 살을 째고 관이 들어갔다. 한 번 해봤으니 참을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약 2-30분에 걸친 중심정맥관 삽입 (일명 c-line)이 끝나고 다시 이동침대에 누운 채 병동에 올라왔다.
중심정맥관 삽입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자마자 골수검사라는 두 번째 관문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병동에 올라오자마자 골수검사를 위해 처치 실로 이동되었다. 침대 옆에 준비된 골수검사 도구를 보자 벌써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중심정맥관 삽입으로 한차례 전쟁을 치르고 왔는데 바로 이어서 골수검사라니... 정신을 차릴 틈조차 없었다. 보통 골수 검사를 할 때 똑바로 엎드린 상태로 검사를 진행하는데 검사 직전에 오른쪽 쇄골 아래 관을 삽입했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 검사를 진행했다.
진통제를 투여하고 골반 부위에 국소마취를 했다. 이번 골수검사 담당은 작은 체구의 여자 전공의 선생님이었다. 보통 골수 검사는 힘이 좋은 남자 선생님들이 잘한다고 했는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마취를 했어도 통증만 덜 느껴질 뿐이지 굵은 바늘이 뼛속까지 들어가 골수를 빨아올리는 건 느껴졌다. 중심정맥관 삽입도 골수검사도 둘 다 익숙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기분 나쁜 통증이다. 긴장이 심해져 목이 타들어갔다.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고 계시던 수간호사님께 물을 요청해 옆으로 누운 상태로 물을 받아 마셨다.
채취한 골수를 통에 담아 검사실로 바로 보내고 검사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검사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검사실에 보낸 골수 채취량이 적어 추가로 더 보내달라는 연락이었다. 두꺼운 바늘이 또 한 번 깊숙이 들어갔다. 겨우 골수검사를 마치고 이제 쉴 수 있나 생각했는데 중심정맥관 삽입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어야 했다. 모래주머니를 허리 밑에 두고 누운 상태로 지혈을 하면서 엑스레이를 찍고 병실로 돌아왔다. 다소 강도 높은 시술과 검사 두 가지를 연달아하다 보니 기운이 다 소진되어 음식을 먹을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사이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던 분들이 병실을 나가시고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셨다는 것이었다. 세 시간 정도 지났을까 어느 정도 골수검사를 한 부위 지혈이 되어 한숨을 돌리며 쉬고 있을 때 외과 전공의 한 명이 병실로 들어왔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중심정맥관 삽입 위치가 좋지 않아 (너무 깊이 삽입이 되어 심장 근처까지 들어갔다며) 위치 조정을 해야 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전공의는
“관을 다시 빼고 삽입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아까 관 삽입하고 고정하기 위해 꿰맸던 부분 다시 실밥 뜯어내고 관을 조금 2-3cm 정도 잡아당겨서 빼면 되는 거라 여기서 하면 돼요.”라고 대답했다.
아까 골수 검사 할 때도 그러더니... 뭐 하나 한 번에 되지 않는 이상한 날이었다. 어쩔 수 없이 병실 침대에 누워 그대로 추가 시술이 진행되었다. 이미 시간이 지나 마취가 다 풀린 상태에서 관을 고정하기 위해 꿰맸던 부분을 (약 2-3군데) 도구로 뜯어냈다. 작은 부위지만 생살을 뜯어내는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한 번에 제대로 해주지!!!'라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다. 전공의는 이어 관을 살살 잡아당기며 위치를 조정하고 다시 관을 고정하기 위해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을 꿰맸다.
소리를 낼 힘도 없어 그저 아프다며 끙끙 거리며 울 수밖에 없었다. 연달아 진행된 시술과 검사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추가로 뭔가가 진행되자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저녁에 계속 토를 했다. 먹은 게 없다 보니 노랗게 위액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