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지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정신이 조금 들었다.
여전히 골수검사를 한 골반 부위와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오른쪽 쇄골 아래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을만했다.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한 병실에 새로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맞은편 자리에 계시던 할머니는 벌교에서 오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어제(중심정맥관 위치 조정을 할 때) 아파서 우는 소리에 내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어.
이렇게 이쁜 아가씨가 어제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며 어깨를 다독여주셨다.
투박한 손길에 다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공감해 주는 것 자체로 마음에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전날 진행한 골수검사 결과는 아침 회진 때 들을 수 있었다.
교수님은 다행히도 관해(혈액 내 암세포를 5% 미만으로 떨어트리는)가 잘 되었다며
바로 공고치료(다지기)를 시작하자고 하셨다.
아침 회진이 끝난 직후 1차 공고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다.
공고치료는 격일로 12시간 간격을 두고 하루에 2번씩 약 3시간 동안 맞는 약이 6번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월요일 오전 9시에 첫 번째 약이 들어가면 두 번째 약은 월요일 오후 9시, 세 번째 약은 수요일 오전 9시 순서로 진행)
담당 코디 선생님은 공고 항암치료에 대해
관해 유도 항암이 폐허가 된 곳에 도로를 깔기 위해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공고 항암치료는 이미 치워진 그곳에 아스팔트를 깔고 다지는 일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가 다시 올라오지 못하도록 다지는 작업이라고 비유를 하셨다.
덧붙여 관해유도 항암보다는 버틸만할 거라 하셨지만
이러나저러나 항암은 항암이었다.
첫 약이 들어가자마자 관해 유도 항암을 할 때와 비슷하게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