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탓일까?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질 때

by 도로시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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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엄마의 반응에 서운함과 섭섭함이 올라왔다.

괜한 자책감도 들었다.


'지금 내가 아프다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내 존재 자체가 하찮게 느껴졌다.


그저 다시 무균실에 들어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기 전

잠깐이라도 병원 밖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이마저 내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아픈 나를 탓해야 했다.

내가 아픈 탓이다.


엄마와 통화를 끊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오기까지의 그 몇 시간 동안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 같았다.


결국 엄마와 다시 통화를 하면서 다음 날인 화요일

오전 회진을 마친 후 집에 가는 걸로 결정할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2박 3일.

그것도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조건이지만

잠시라도 병원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병원 밥이 아닌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엄마 아빠와 가정예배를 드리며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병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왜 이리 빠른 건지

2박 3일의 짧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무균실로 들어갈 짐을 챙겼다.


목요일 오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키와 체중을 재고

채혈을 하고 엑스레이도 찍었다.

목요일에는 호중구 수치가 500 정도였는데

금요일 새벽에는 호중구 수치가 300으로 떨어졌다.


호중구 수치가 500 미만일 때 무균실로 이동하기에

바로 다음날 무균실로 배정받아 짐을 옮겼다.


다시 무균실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이곳에 머물게 될까

들어온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디 무탈하게 이곳을 나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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