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싱글의 맞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키우는 머니트리

by Mira

복직

임원들의 밥그룻 전쟁이 지나간 사무실은 고요했다.

이제는 나를 불러대는 임원도

같은 일을 두고 정 반대의 피드백을 주면서 볶아대는 리더도 사라졌다.


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지난 1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낸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꽉 찼다.


신입이던 후배들이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되었다.

점심시간마다

후배들의 부동산 매수, 육아, 부부의 연봉 이야기가 테이블에 넘쳤다.

30대 후배들은 에너지가 넘쳤고

똘똘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후배들이 기특하면서 부럽고 허탈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지.


남편도 없는데

돈도 없고

미래도 없고

이거 참, 서글프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장난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조합

싱글의 맞벌이.


이번 생에서 남편은 못 만나더라도

나와 맞벌이해줄 머니트리는

키워봐야 하지 않을까?


재테크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 달어와 환율에 대한 경제 서적.

워낙 저금리 시대라

연 5% 정도 수익이면 땡큐!


경제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는 헷갈리기만 했다.

점잖게 양복 입고

심각한 표정과 권위 있는 제스처,

복잡한 그래프를 들고 나오는 전문가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집 값이 오른다 vs 내린다"


둘 중에 하나인데, 왜 늘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될까?


나는 '왜'가 궁금했다.

상승과 하락의 논리,

그 안의 진짜 이유들.


"콘크리트 박스가 몇억이라니, 말이 되나?"

(그...그 말이 맞는 거 같....아...)


"건물 값이 아니라 땅값을 봐야지"!

"용적률, 건폐율..."

(아, 머리 아파)


심지어 부동산에서 말하는 'P'가 뭔지도 몰랐다.

P?

피?

blood?


프리미엄(Premium)을 줄여서 부르는 은어더라.

분양가에 시장가격이 더해져서 형성된 가격.

마흔이 훌쩍 넘어서 알았으니,

좀 한심하지만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나와 함께 머니트리를 키우기 위해

애쓰던 시간이 어느덧 10년.


남자를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교해 봤으면

그런 찌질이들은 만나지 않았을 텐데.

(응?)


머니트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내 목표도 분명해졌다.

퇴직 후에도

월급만큼의 현금 흐름을 만들자.


더 큰 수익을 위해 리스크를 더 감수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미래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으로 남은 인생을 채우고 싶다.

돈은 머니트리 벌고


싱글이니까,

더욱, 나와 맞벌이할 머니트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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