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퇴직 에필로그

순도 100%의 시원함

by Mira



퇴직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출근했다.

마지막 출근길이었다.

오랫동안 상상만 하던 장면이

막상 현실이 되자

이상할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회사 건물은 그대로였지만

내가 그 안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나는 ‘직원’이 아니라

잠시 들른 ‘방문자’였다.


컴퓨터 반납신청, 사원증 반납

서류제출

20년의 인연이 이렇게 끝났다.

시원섭섭한 것이 아니라

순도 100%의 시원함이 느껴졌다.



조직개편을 막 발표한 날이라

사무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예상대로

오프라인 관련 업무를 하는 팀은 거의 해체되었고

리더는 강등되기도 했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이제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하나로 바쁜 공기.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다.


만약 내가 그 개편의 대상이 되었다면?

약간 서글펐을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척했겠지.


앞으로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전개될까?

이번 조직 개편은 시작일 뿐일 텐데.


회사 생각은 여기까지만.

이제 비로소 나와 나 자신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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