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309. 불안은 가끔 겨울코트를 찾는다

About Anxiety

by Mira




꽃샘추위로 아직은 차가운 기온을 느끼면

봄이 그렇게 쉽게 오는 계절은 아니구나 싶다.


그래도 결국

봄이 오고

여름의 더위가 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겨울 방한복은 옷장 깊숙이 정리해 둔다.


몸은 계절이 어떻게 올지 알기에,

느긋하다.


그런데 불안은 가끔

겨울코트를 찾는다.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쓰며

일상의 리듬이 그런대로 흘러가다가도


문득

흔들리는 날이 있다.


불안은 뭉툭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뾰족하기도 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무언가 크게 잘못된 건 아닐까 싶어진다.


그러면 뇌는

본능적으로 계산을 시작한다.


통장 잔고를 떠올리고

앞으로 닥칠지 모를 블랙스완을

세심하게 시뮬레이션한다.


그러다 문득

그 불안 속에서 허둥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쓴웃음을 짓게 된다.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통장 잔고가

백 년을 써도 될 만큼 넉넉하면?


제2의 커리어가

상상대로 술술 풀리면?


또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인간의 뇌는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기보다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를 후회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만약 불안이

생존을 위한 설정값이라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나는 이 시간을

끝없이 후회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 선택이 나를 뒤흔드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보낼 수 있다.


아니면

평소처럼 수영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방을 정리하고


따뜻한 햇빛 아래서

천천히 걸을 수도 있다.


젊은 시절에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이런 불안을

없애 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원하는 대학에 가면,

대기업에 취직하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여행을 하면,

나이가 들면.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존재적인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숫자가 되어 다가온다.


통장 잔고,

대출금,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수치,

카드값,

그리고 나이.


나는

내 안의 불안을

날씨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계절에 맞지 않게 차갑다.


차가운 공기에

움츠러들다가도


문득

햇빛이 반짝 들기도 한다.


날씨를

내가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날씨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불안은

날씨처럼 지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날의 옷을 고르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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