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햇살을 두고
베란다 테이블에 앉는다.
아침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커피를 마신다.
로즈메리 향이 난다.
강아지 조이가 발끝을 깨물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회의도 없고
보고서도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된다.
방 안에 있던 화분들을
하나씩 베란다로 옮긴다.
햇살을 만나게 해 준다.
너희들도
좋은 하루를 시작하렴.
빵이 구워지는 동안
침대를 정리하고
가볍게 청소를 한다.
코코넛 오일에 구운 계란 프라이,
토스트 한 장,
올리브 세 알.
아침으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퇴직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몸은 아직도 이 시간대를 기억한다.
사무실의 공기,
커피 냄새,
메일을 열어 하루 일정을 확인하고
주간 업무 회의를 준비하던 시간.
회사에 있었다면
점심시간이 시작될 오후 열두 시.
나는 수영장에 있다.
특별히 운동을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치며 놀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오래된 수경으로는
물이 자꾸 들어왔다.
레일을 한 바퀴만 돌아도
다리 힘이 쭉 빠졌다.
그래도 물속에서 노는 기분이 좋아
매일 수영장에 갔다.
어느새
오십 분 정도는
가볍게 즐기고 있다.
나의 목표는 단순하다.
죽을 때까지
내 힘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
그래서
늦은 오후에는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답 없는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는 버릇을
조금씩 없애 주고 있다.
늦은 오후의 산책길도 좋다.
작은 천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다.
오늘은 오리 가족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날아올랐다.
오리도
저렇게 날 수 있구나.
나도 잠시 놀라고,
호기심 많은 조이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달리기도 한다.
산책을 시작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와의 산책은
인내심이 꽤 필요하다.
나와 걸음을 맞춘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후 여섯 시.
예전 같으면
퇴근 시간이다.
하지만
몸의 상태는 전혀 다르다.
애써 지우고 싶은
하루의 잔상도 없고,
수정을 거듭하는 일에 대한
피로감도 없다.
잠이 찾아오기까지
음악을 듣거나
영어 책을 필사한다.
재미있는 영화를 찾으면
조금 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좋다.
어차피
내일 아침도
슬로우, 슬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