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어떨까.
퇴직 후에 어디서 살면 좋을까?
바다가 있는 도시들을 하나씩 탐색하는 중이다.
마산을 지나, 강릉을 돌아 이제 부산 해운대에 도착했다.
사실 해운대는 ‘살기 위한 도시’라기보다, ‘놀기 좋은 해변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운대는 의외로 노후의 일상에도 꽤나 어울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문화와 바다, 그리고 느긋한 하루를 함께 품고 있는 점에서.
동백섬에서 시작하는 하루
해운대의 하루는 아침 산책으로 시작하기 딱 좋다. 동백섬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등대가 나오고, 도시와 바다가 함께 보이는 지점에서 바람을 맞는다. 조깅 대신 슬슬 걷기만 해도 기분이 환해진다.
아직은 은퇴 전이지만, 만약 일을 쉬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렇게 아침을 여는 일상을 해보고 싶다. 물끄러미 바다를 보다가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그게 다다.
미술관과 도서관, 그리고 영화의 전당
해운대는 바다만 있는 도시가 아니다. 문화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센텀시티 일대에는 영화의 전당이 있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독립영화나 아트시네마 관람이 일상이라는 건 꽤나 매력적이다.
해운대 시립도서관도 새롭게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며, 갤러리와 미디어 아트 전시 공간이 곳곳에 있다. 요즘은 냄새와 소리까지 결합된 ‘실감형 전시’도 많아져서, 비 오는 날 실내에서 하루 보내기에 딱 좋다.
전통시장과 로데오 거리의 사이
사실 해운대에는 백화점도 있다. NC백화점과 신세계 센텀시티 모두 가깝고, 로데오 거리엔 각종 스트리트 패션 매장과 카페가 이어져 있다. ‘쇼핑이 주는 재미’도 중요하다면 해운대는 충분히 점수를 받을 도시다.
그렇다고 늘 세련된 쇼핑만 있는 건 아니다. 해운대 전통시장은 의외로 정겹고, 골목골목 먹을거리로 가득하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면 플리마켓과 거리 공연도 함께 열려 한가한 산책을 더 즐겁게 만든다.
스카이캡슐과 해안열차, 바닷가 옆 여행 같은 일상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연결된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는 블루라인 파크 스카이캡슐은 꼭 한 번쯤 타봐야 한다. 관광객 체험용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경치가 훌륭하다.
가끔씩은 그냥 ‘이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바다를 타고 출근하는 상상을 한다. 아무 약속 없는 날, 청사포에서 멍하니 파도 소리 들으며 앉아 있다가 슬렁슬렁 돌아오기도 하고.
내가 이곳에서 산다면
해운대의 아파트 월세 시세는 중형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 안팎. 강릉보다는 다소 높지만 서울에 비하면 여전히 합리적이다.
게다가 해운대 엘시티, 해운대자이 등의 신축 아파트도 매물이나 월세가 꾸준히 나와서, 4년 정도 안정적으로 살기엔 괜찮은 조건이다.
서울 집을 월세로 돌려서 자금 확보를 한다면, 해운대에서의 문화적이고 여유 있는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
잠시 머무는 게 아니라, 살아보기
여행으로 한 번 스쳐 지나간 도시와
살아보는 도시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
해운대는 생각보다 살기에 괜찮은 도시다. 바다 옆이라는 점에서 낭만이 있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가 들썩인다.
사람이 북적거린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도시, 나의 다음 스테이지로 해운대는 꽤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답사지, 어디로 가볼까요?
제주일까, 아니면 여수일까.
혹은 또 다른 도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