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elieve anyone even yourself
다른 건 몰라도, 인간이 AI를 이기기 어려운 분야는 ‘투자’가 아닐까?
인간은 너무 감정적이기 때문에.
똑같은 데이터를 봐도 자기에게 익숙하거나 위안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때로는 무의식이 판단을 흐리기도 한다.
그것도 자신은 인식하지 못한 채.
그리고 운이 반복되면 스스로도 두려워진다.
두려움에 질린 상태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할까?
투자에 성공한 인간은 엄청 운이 좋거나,
감정이라는 노이즈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걸까?
욕심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그 성공의 비결이 뭘까?
내가 처음 ‘투자’라는 걸 접했을 때,
가장 괴로웠던 건 PRICE에 대한 감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가방은 내가 많이 사봐서 디자인과 가격만 들으면 본능적으로
‘어머, 이건 득템이다 /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었는데,
부동산이나 주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같은 아파트인데 어디는 오르고, 어디는 안 오르고.
왜?
지역을 찍어주는 강의는 일부러 듣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공부하면서 망설이는 동안 찍고 들어간 지역들이 활활 오르는 걸 보면서, 이게 뭔가? 하는 절망감도 들었다.
다 됐고, 결국 타이밍인가?
그런데 투자는 1~2년 하고 끝이 아니더라.
평생에 걸쳐서 시간과 함께 하는 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더라. 당장 수익을 내서 팔자를 고치겠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더라.
부동산 공부
로케이션, 미래가치, 새 아파트의 감가상각…
그런 이해가 쌓이자
서울시 지도를 보면 평당 가격과 대장 아파트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됐다.
그런데 그쯤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지역 간 비교글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지역을 과도하게 옹호하고
타 지역을 폄하하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그건 투자자의 언어라기보다
마치 애향심이 넘치는 민족주의자들의 싸움처럼 보였다.
처음엔 의아했다.
왜들 저러는 걸까?
투자자는 ‘내가 사는 지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내 자산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갈아타기를 할 수 있을지,
그런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사는 지역’과 ‘나 자신’을 심리적으로 동일시한다
이 감정적 동일시는 투자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낙후된 지역에 호재와 미래 비전을 듣고 찾아가 보면,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부동산을 하는 사장님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 투자에 있어서는 아주 꽝인 경우가 많다. 그 지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미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나 각종 매체에서
투자의 신들이 한 말을 듣다가
멘트 하나에 확 꽂혀서
아무 검증도 없이 ‘믿음’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아찔하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알게 되었다.
투자를 할 때는 나조차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더라.
사탕발림도 한다.
현실 평가보다 내 선택이 ‘기적’을 만들어줄 것처럼,
터무니없는 기대와 로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방식으로 투자해서
성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초반의 행운이
자신감 중독을 불러오고
반복되는 ‘감정적 투자’로
깡통을 차게 된다.
나는 복권을 산 적이 없다.
요행을 기대하며 무언가를 산 적도 없다.
내 인생은 그런 방식과 맞지 않는다.
내가 뭔데?
내가 뭔데, 우주가 온 기운을 모아서 나에게 그런 행운을 줘야 하지?
나는 내 운명에 대해 별 기대가 없다.
세상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꿈꾸는 모든 것이 다 이뤄지진 않는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그래서 나는 노력한다.
그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가장 비싼 대가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좋은 투자는,
그 감정을 다루어내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다.
요즘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정을 다루는 힘이 조금씩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