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y year of the Revolution

티셔츠에 새겨서라도 기념하고 싶은 해

by Mira

2015년.

표면적으로는 평온했지만, 내면에는 불안이 마그마처럼 끓고 있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두려웠고 그 끝에 닿아 있는 ”퇴직“이라는 단어도 무서웠고 경제적으로 아무 대책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도 두려웠다.


무엇보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게 두려웠다.


불쑥 찾아오는 우울함을 억누르며 엑셀을 열었다.

소비 내역을 점검해 보니, 정답은 없고 빨간색 숫자만 가득했다.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내 통장엔 깡통 하나 남겠구나.


그래서 결심했다.

나만의 5년 긴축재정 계획을 세우기로.


2015 긴축재정 액션플랜

1. 외식 금지

평균 2만 원짜리 외식 대신 5천 원짜리 구내식당으로.

배달도 금지. 냉털의 생활화.


2. 셀프 출국 금지

“어디든 떠나자!”는 외침은 아름다웠지만,

그 기억만큼 길바닥에 뿌린 돈이 아깝다.

추억은 남고 돈은 사라졌다.

그 설렘은 과연 그 값을 했을까?

당분간 책과 영화로 여행에 대한 열망을 대신한다.


3. 자동차 금지

기름값, 보험료, 세차비, 정비비…

자동차는 사는 순간부터 지갑을 잠식한다.


4. 골프 금지

비싸고, 중독성 강한 취미.

빠지면 진짜… 패가망신이겠다.


5. 쇼핑 금지

입지도 않은 옷이 옷장에 한가득.

신상보다 중요한 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마음.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5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하나하나 액션플랜을 업무처럼 세우고 실행하니,

조금씩 ‘막막함’은 ‘방향감’으로 바뀌었다.


2025년, 그로부터 10년 후

탕진잼에 빠진 적도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싶은 순간도 있었다.

아낀 돈으로 투자한 게 박살 난 날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의 갈망은

2018년쯤 첫 열매를 맺었고,

그 이후로 잘 자라고 있다.


이제는 퇴직 후의 경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일은 없다.

대단한 성과를 낸 게 아니라,

‘월급만큼만’의 삶에 맞춘 루틴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조금 부족한 듯한 삶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도 생겼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헌금처럼 갖다 바치던 패스트패션과 이별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대신, 나만의 레시피로 집밥을 해 먹는다.

자동차와 골프는 여전히 멀리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지만,

호구 관광객으로 떠돌고 싶진 않다.


그렇게 나는, 의도치 않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달콤했다.

남에게 “있어 보이려는 마음” 보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마음이 단단해졌다.


나에게 선물하는 삶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한 살 더 먹은 나에게 선물하는 기쁨.

그건 숫자보다 태도였다.


재테크의 출발은 ‘수입과 지출의 최적화’이고,

저축과 투자가 먼저, 지출은 그다음이다.


그 루틴을 몸에 새기기까지 딱 10년 걸렸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혁명적인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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