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회 소모임 & 출산 후 도움받기

출산 후 교회 식구들에게 평생 잊지못할 축하와 사랑을 받다.

by 이심

놀라웠던 영국 문화 중 하나는 장례식 절차였어요. 한국은 개인의 장례식에 국가나 지방자치에서 관여하지 않지만, 영국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묘지를 관리하고 시신까지 처리합니다. 기독교 국가인 만큼 장례 절차는 해당 지역 교회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회의 중요성은 한국에 비할 수 없이 큽니다. 가족들과 지인들이 묘지에 모이고 목사님이 기도해주시는, 영화에 흔히 나왔던 장례식 모습 그대로입니다.

f1.jpg <영국의 장례식 모습, 출처 구글>


묘지 또한 동네를 오가며 언제든 들를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요. 회사에서 힘들었거나 또는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족 혹은 사랑했던 사람의 묘지에 들러 생화를 놓는 것처럼 어찌 보면 '죽음'을 계기로 상대와의 인연을 '끝'으로 이별하는 게 아닌, 상대의 죽음 이후에도 나와의 관계는 지속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느껴졌어요.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특정 교회에 나가기 위해 기꺼이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이동하는 한국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본인이 주거하는 지역의 교회에 나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영국의 현지 교회에 다닐 때 episode를 좀 더 이야기해볼게요.



u9.jpeg <영국 에든버러 집 앞 교회, 출처 구글>


-소모임에 초대받다

낯선 사람들과 어색하더라도 계속 교회에 나가고, 예배 후 Tea time에도 참석하다 보면 사람들과 얼굴이 제법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종종 소모임에 초대받기도 하지요.

기억 남는 모임 중 하나는 교회 한 친구의 베이비 샤워 파티였어요. 베이비샤워 당사자의 제일 친한 친구가 Host가 되어서 깜짝 파티를 준비한 거죠. Host 친구 집에서 소박하게 한 거라, 미국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베이비 샤워 파티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차와 다과를 즐기며 차분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의 파티였습니다.


10명의 초대받은 손님들은 주인공보다 먼저 와서 기다렸어요. 주인공이 등장하고 선물을 전달하며 축하해주고 거실에 둘러앉아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어요. 1시간쯤 지났을까. Host 친구가 이제 다 같이 이야기 하자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어요. 당시 계절이 가을이었는데 '가을'과 관련된 episode를 하나씩 말해보자고 해서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친구와 1:1로 말하는 것과 10명 앞에서 speech 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또 전혀 다른 느낌이죠. 너무 긴장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듣지도 않고, 마음속으로 제 순서에 할 말만 준비하고 있었어요. 우선 '나의 영어가 서툴러서 미안하다'라고 하고 시작했는데, 다들 괜찮다며 따뜻하게 반응해주셔서 용기 내어 저도 어린 시절 추석에 시골에 갔는데 강아지가 새 신발을 물고 가버린 이야기를 전하고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봐도 영국 생활 중 가장 떨렸던 순간이지만, 이 또한 제 인생의 즐거운 episode로 한 페이지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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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친구 집에 처음 초대받아 갈 때는 한국기념품을 챙겼고, 두번째 방문부터는 늘 호불호 없는 초콜렛을 가져 갔어요>



-영국 출산 후 '마음'조리.

한국에서는 무교였지만 지역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발 디딘 영국 현지 교회. 영국에서 임신-출산까지 하는 바람에 결국 영국 현지 교회 교인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u01.jpg <큰 아이 수중 분만으로 출산했던 Edinburgh Royal infirmary, 출처 구글>

10년 전. 첫 아이 출산을 외국에서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도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로 인해 '자연주의 출산'이 유행하면서, 자연주의 출산의 시작인 영국에서 저도 수중분만 출산을 하기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산한 다음 날 바로 퇴원해서 집으로 왔는데, 막상 아이는 낳았지만 초보 엄마-아빠 인지라 막막했어요. 미드와이프 제도가 잘 되어있어서 수시로 오셔서 아이 상태도 봐주시고, 제 상태도 체크해주셨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요. 타지가 아닌 한국이었다고 해도 그런 두려움은 있었을 거고, 특히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였죠.

f2.jpg <출산 후 교회 식구들에게 받았던 축하 카드>

그런데 퇴원한 날부터 2주간 교회 분들이 번갈아 가며 아침과 저녁식사를 준비해서 저희 집으로 직접 갖다 주셨어요. 오실 때마다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저에겐 따뜻한 말씀과 카드, 그리고 선물까지...

다시 생각해도 감동적인 하루하루였습니다.


모두 아이를 키우신 분들이라, 출산 후 느낄 수만 가지 감정을 이해하시고 제게 도움을 주신 거였죠. 한국이 출산 후 '몸'의 산후조리에 집중한다면, 영국은 '마음'의 산후조리에 집중하는 문화라고 느껴졌어요. 삼칠일 간 외출은 커녕, 집에 외부인도 들이지 않는 한국 문화와 달리 출산 후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공유하려는 영국 문화를 보며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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