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시작. 하루 만에 수천 명이 내 글을 읽었다!
-띠리링. 띠리링.
잠결에 낯선 휴대폰 알람 소리가 밤새 여러 차례 들렸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 알림들을 확인하자 더 어리둥절 해진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브런치에 글 쓴걸 누가 본다고?'
브런치 작가 신청 탈락만 두 번.
세 번째에 겨우 작가 승인을 받았다. 가입을 위해 썼던 글들을 발행하고는 딱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얼마간 그대로 방치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문득 브런치에 글을 써볼까 싶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썼다.
두 번의 외국생활로 터득한 현지 적응 tip들에 관한 이야기.
아직 브런치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시스템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글은 어디에서 찾아 읽는지도 몰랐고, 심지어 '통계'에서 조회수 확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메모장' 개념으로 글을 썼고, '발행'을 클릭해 봤을 뿐이다.
'어젯밤에 한 번에 일곱 개를 업로드했는데, 글을 많이 올려서 조회수가 많아지는 건가?'
'그래도 1000은 너무 많은데?'
의아한 마음을 뒤로하고, 아이들과 정신없는 아침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알람은 계속 울린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때 거실에서 휴대폰을 하던 남편이 놀라서 부른다.
"자기야! 이게 뭐야? Daum에 글 자기가 쓴 거야? 우리 사진, 우리 이야긴데?"
"어? 뭐가?"
"여기 Daum 메인에 우리 스페인 여행 간 이야기랑 사진이 떴어! 근데 작가가 '이심'이래. 자기가 이심이야?"
어젯밤에 쓴 글. 아직 남편에게 말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사실 굳이 남편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다. '메모장' 개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일곱 개의 글 중 하나가 Daum 메인화면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이심. 그냥 필명 한 번 만들어 봤어."
"우와, 신기하다! 이런 걸 언제 썼어?"
남편이 궁금해하며 글을 다시 읽고 있다.
"어젯밤에 자기 잘 때 썼지. 아.. 그래서 조회수가 그렇게 올라갔구나.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근데 Daum이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어떻게 알고 메인에 올렸지? 그리고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올려도 되나?"
신기함은 잠시. 의아해하며 물었다.
"브런치가 뭐야?"
"카카오랑 연계된 거래. 나도 아직 잘은 모르는데, 작가 지망생들이 많이 한다길래 나도 도전해봤어."
"아! 카카오랑 다음이랑 통합됐잖아! 그래서 공유하나 보네!"
"아.. 카카오-다음 통합한다고 오래전에 들은 것 같긴 하다."
아직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글을 수천 명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순간 낯 뜨거워졌다.
무려 Daum 메인이라니. 이틀 만에 조회수가 5000 이라니.
인플루언서에게 5000은 별거 아닌 숫자겠지만, 블로그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에게 5000은 정말 크다.
얼떨떨함, 놀라움, 신기함, 기쁨.
헌데 그 뒤엔 부정적인 감정도 밀려온다.
'글을 지워야 하나? 좀 더 다듬었어야 하는데, 내 민낯이 의도치 않게 만천하에 공개된 느낌이야.'
잠시 고민했지만 이 또한 재미있는 episode가 될 것 같아 즐기기로 했다.
맞아! 인생의 재미는 계획, 의도한 대로 척척 진행될 때 나오는 게 아니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많은 여행일수록 기억할 추억이 많아지는 법이지!!
그래. 근데 그래도 아직 남편이 읽는 건 부끄럽다.
"근데 자기야. 내 다른 글들은 읽지 마!"
"왜?"
"창피하니까. 글 쓰는 거 자기한테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들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