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아이들과 차 타고 여행을 가면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집에서 왕복 2시간 거리의 박물관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묻는다.
"엄마,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제일 자주 한 말은 뭐야?"
지금은 총명함을 다해 한마디도 하시지 않는 나의 아빠, 내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건강했을 때 모습이 궁금했나 보다.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괜찮아', 할아버지는 항상 뭐든 괜찮다고 하셨어."
"정말? 뭐든지 다 괜찮다고 하셨어?"
"응, 엄마가 시험을 못 봐도, 학교에 늦어도, 넘어져도, 그리고. 엄마 목 위에 바퀴벌레가 지나가도! 하하하"
아이들은 바퀴벌레 소리에 으아악 소리 지르며 기겁하는 시늉을 한다.
"진짜야, 엄마 어릴 때, 낮잠 자는데 정말 큰 바퀴벌레가 엄마 목 위로 지나갔거든, 그래서 엄마가 소리치고 울었는데, 그 때도 할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어. 이제 한 번 지나갔으니 두 번은 안 지나갈 거라고! 하하하"
이내 큰 아이가 말한다. 엄마도 할아버지처럼 '괜찮아'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며,
"오늘 머리 안 감아도 괜찮아. 누워서 책 읽어도 괜찮아. 숙제 안 해도 괜찮아."
가 듣고 싶단다.
아이들 덕분에 한 번 또 웃는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빨리' 였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빨리 먹어, 빨리 씻어, 빨리 와, 빨리 가, 빨리 자.
우리 아빠가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실 수 있다면 또 그러시겠지.
"우리 딸,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