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깊은 그 마음은 선한 영향력을 갖는다.
새벽 6시.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9살 아들이 번쩍 눈을 뜬다.
"엄마! 나 편의점에 포켓몬빵 사러 갔다 올게!"
구하기 힘들다는 그 포켓몬 빵이 드디어 학교 앞 편의점에도 들어온다고 반 친구에게 들었단다.
그런데 그 시간은 무려 새벽 6시 30분.
친구가 포켓몬빵은 1500원이라고 했다며 아들은 500원짜리 동전 세 개를 들고 졸린 눈을 비비며 혼자 집을 나섰다. 이제 늦가을로 접어들어 6시가 지나도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이지만, 걸어서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이니 아이 혼자 보냈다.
30분쯤 흘렀을까.
9년 인생 첫 포켓몬빵을 손에 넣은 아들은 싱글벙글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나 엄청 좋은 일이 있었어!"
라고 말하며 가져갔던 500원짜리 세 개를 그대로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어? 빵 샀는데 왜 돈이 그대로 있어?"
손에 든 빵을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
-편의점
"안녕하세요, 포켓몬빵 있어요?"
"10분쯤 기다리면 트럭이 올 거야. 그런데 오늘 빵이 들어올 진 모르겠네."
"그럼 여기서 기다려봐도 돼요?"
"그래."
잠시 후, 중학생으로 보이는 누나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포켓몬빵 도착했어요?"
"5분쯤 남았어"
"네, 감사합니다."
그리곤 누나가 아들을 발견했다.
"안녕? 너 포켓몬빵 기다려?"
"네."
평소 낯가리는 성격의 아들이지만, 누나와 포켓몬 이야기를 하며 트럭을 기다렸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오는데, 너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네, 저 오늘 처음 온 거예요. 와, 근데 누나는 그럼 매일 포켓몬빵을 사요?"
"아니, 내가 원하는 거 있는 날만 사. 그냥 일찍 일어나서 운동삼아 매일 나오는 거야"
드디어 트럭이 도착하고 오늘 들어온 빵은 딱 하나.
먼저 온 아들에게 사장님이 빵을 건네주신다.
"2000원이다."
"어? 1500원 아니었어요? 제 친구가 어제 1500 원주고 샀다고 했는데..."
"빵마다 가격이 다른데 오늘 온 건 2000원짜리네."
"아.. 저 그럼 오늘 돈이 부족해서 다음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편의점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까 그 누나가 뒤에서 뛰어왔다.
"초등학생! 너 이거 그냥 가져가"
"네? 왜요?"
이런 상황이 처음인 아들은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며 물었다.
"그냥. 너 가져."
"음.. 네! 고맙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500원짜리 동전 세 개와 포켓몬 빵을 양손에 들어 들어온 것이다.
그 누나의 행동은 9살 아들에게 정말 큰 교훈이 되었다.
"엄마, 나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친절한 사람 처음 봤어! 나도 그 누나처럼 친절한 사람이 될 거야!"
본인도 그 빵을 기대하며 새벽같이 일어나고 힘들게 나왔을 텐데, 처음 본 동생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는 그 배려 깊은 마음을 보니, 어른으로서 평소 내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게다가 이 일이 아들에게까지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 중학생 누나의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아이 인성을 그리 훌륭하게 키우셨는지 여쭙고 배우고 싶다. 또 나도 내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타인을 한번 더 생각하는 마음을 더 키워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포켓몬 빵을 먹으며 본인도 멋진 친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연신 다짐하는 아들.
근데 아들, 우선 동생한테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