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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욱 Nov 10. 2023

인생 마지막 무대는 주연배우로 나빌레라

“피날레, 나비의 마지막 춤”처럼 최후 무대를 장식하고 싶다. 나비는 변화와 변형,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동시에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 “나비의 마지막 춤”처럼 인생의 끝에서도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유지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즐기고 표현하려 한다. 


 58년 동안 여러 무대에서 살아왔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에는 집과 학교가 전부였다. 경기도에서 교사가 되어 새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35년 동안 가정과 학교라는 무대에서 살았다. 그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하여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남편의 도움과 걱정거리를 제공하지 않은 딸 덕분이다. 그 무대 위에서 주인공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정에서는 딸이 주인공이었다. 그 무대에서 주인공을 위하여 30년을 조연으로 살아왔다.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로 성장하여서 여한이 없다.     


 학교라는 무대는 어떤가? 학생이 주인공인 공간이다. 에스포레소 맨으로 무대 뒤에서 배우가 아닌 스텝으로 살아왔다. 아니 어쩌면 무대 뒤에서 무대를 꾸미는 것부터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연기를 다 마치고 인사를 하고 내려올 때까지 숨을 죽이고 쳐다보았던 감독이 아니었을까. 그 일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었으니까. 잠깐 되돌아보니 20년 동안 담임교사여서 행복한 시간이 많았다. 그 무대를 사랑했던 내가 좋다.     

 

 모든 무대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마지막 무대는 특히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 연기를 펼칠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2년 동안 뒤돌아보았다. 일생에 한 번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 살아온 인생을 콘텐츠로 글을 쓰고 있다. 책 쓰기가 답이다.     

 

 인생의 마지막 무대이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을 의미 있게 연기하고 싶다.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를 위해 매시간 최선을 다해서 산다. 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내일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말했다.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 어떤 장면이든, 인생은 늘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쉽지 않다. 인내하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에서의 주인공은 무대의 중심에서 돋보이는 역할이 아니다. 다른 사람 즉 학생들과 동료 교사가 돋보이게 뒤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주인공을 의미한다. 그래야 빛이 난다. 그렇게 학교에서 웃어른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무대에서 우아하고 멋진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일도 절대로 소홀하면 안 된다. 시간을 내어 몸을 가꾼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소홀함 없이 살펴본다, 굳어가는 온몸의 뼈와 살을 두 손을 사용하여 수시로 어루만져 준다. 머리를 두 손가락 끝을 사용하여 세게 두들겨준다. 아프지만 시원하다. 귀도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자주 세게 만져준다. 몸이 고맙다고 신호를 보낸다. 머리카락도 신경 써서 염색할 때 빛이 나게 두 달에 한 번씩 코팅한다. 그러면 머리카락이 푸석거리지 않고 윤이 난다. 발도 신경 써서 각질 제거를 부지런히 한다. 가장 소중한 내 몸을 자꾸 어루만지고,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야 한다. 내 몸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      

 인생 후반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주연배우로서의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를 펼칠 무대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 그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주인공으로서의 멋진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인생은 진정한 예술 작품이다.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연기하고 싶다. 마지막 연기가 주목받기를 원하고, 그것이 기억되길 바란다. 인생의 마지막 무대를 아름답게 펼쳐나가기 위하여 오늘도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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