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할’·‘덕산방’으로 내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불교 용어 중 ‘임제할’·‘덕산방’이란 말이 있습니다.
임제 스님과 덕산 스님이 공부를 게을리하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쓰는 방법입니다.
임제 스님은 목청이 좋으신지 ‘할’이라는 고함을 지르고, 덕산 스님은 주장자로 내리쳐 일순간 깨우침을 내리고 수행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덕산 스님의 물음에 답을 해도 30대, 답을 못해도 30대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불교에서는 여름 3개월(하안거), 겨울 3개월(동안거) 동안 승려들이 한 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을 합니다. 안거 기간 중 스님들의 규율은 엄격합니다.
좌선(가부좌를 하고 정신을 집중해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가는 참선의 한 방법) 중 선의 삼매에 들지 못하고 천근만근 눈꺼풀의 무게에 눌려 꿈속의 삼매에 빠져드는 스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실 스님이나 입승 스님이 선방 중앙을 조용히 걷다가, 졸거나 자세가 흐트러진 스님에게 장군죽비로 양쪽 어깨를 툭툭 쳐 경책을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잠의 삼매에 빠진 게 아니라 선의 삼매에 빠졌는데, 왜 죽비를 내리치느냐며 따지는 스님도 가끔 있다고 합니다. 속세에서도, 눈을 뜨고 있는데 눈을 감은 것처럼 보이고, 가장 인자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는데, 째려본다고 오해받아 본의 아니게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런 눈빛으로 바라본 게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두 분 스님의 사이가 평소에 좋았는지 아니면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스님이기 이전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지라 그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느냐 아니면, 감정을 쉽게 나타내느냐 하는 차이겠지요.
세상을 살다 보면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면 미운 짓을 합니다.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은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으로 상대방을 무시합니다.
상대방의 관심사와 지식은 하찮은 것으로 여깁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만날 때마다 돈 자랑만 끝없이 늘어놓습니다.
그것도 똑같은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되풀이합니다.
남들은 소주 마실 때 자기는 비싼 맥주를 마시고 계산할 타이밍에 맞춰 사라집니다.
갑자기 사라져 걱정 반, 미운 반으로 전화를 하면 받지 않거나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간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겸손과 배려심으로 교묘하게 위장해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줍니다.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면 될 것을 위장은 왜 하는지,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을 제일 싫어하고, 혹시 나도 그런 면이 있는지 조심 또 조심합니다. 지식을 자랑할 정도로 체계화, 축적되지도 않았고, 경제적인 여유는 더더욱 없어 그런가 봅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해도 듣기 싫고, 밥을 사준다 해도 먹기 싫은 겁니다.
어떤 정치인은 재해를 입은 이재민에게 온갖 매체를 동원해 사진을 찍어야 라면 한 박스를 주고 갑니다.
그것도 웃으면서 찍어야 합니다.
사진 속의 정치인은 흰 이 드러내 기쁨이 가득하고, 이재민은 근심이 가득합니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런 사람들을 보면 ‘임제할’이나 ‘덕산방’으로 내리치고 싶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세계 어린이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자는 아이 깨워 인증 샷, 절대 찍지 않습니다.
잔소리 한마디 없이,
아이가 잠든 방에 선물을 내려놓고 조용히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