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홀로 3
1. 삶의 우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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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게 주어진 삶.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 꽃이나 벌레가 아닌 사람으로 주어진 삶. 부모도 나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는 부모의 자식으로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
‘엄마, 아빠, 왜 나를 낳으셨어요?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이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물어보아도 부모의 대답을 듣기 어렵다. 들어도 소용없다. 결국에는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이지만, 나는 내 삶의 이유와 존재방식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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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라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유치원에서 초중등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협동하고 경쟁한다. 서로 친하게 지내다가 다투기도 한다. 차츰차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 새롭게 만나고, 함께 지내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삶에 대한 확실하고 불변하는 원리를 찾지만 자신도 성장하고 세상도 끊임없이 변하여 우연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종종 길을 잃는다. 변치 않는 영원한 진리를 찾아 신앙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사상과 철학에서 길을 찾기도 하며, 예술에 심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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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어울려 지내기도 하지만 따돌림을 당하여 외로운 처지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 고립을 원하여 고독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고독한 시간은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희로애락으로 가득 찬 일상.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기쁘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분노한다. 때로는 두렵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웃기도 한다.
1. 누구나 자신의 짐을 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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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짐을 지고 간다. 생존은 절대적인 명령이다. 우연히 내게 주어진 삶이지만, 마치 내가 선택한 것처럼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책임지고, 견디며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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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그 짐을 진 사람을 규정한다. 책가방을 진 사람은 학생이고 왕관을 쓴 사람은 왕이다. 짐은 짐을 진 사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는 부모의 존재 이유가 되고, 학생은 교사의 존재 이유가 된다. 가벼운 짐을 진 사람은 게을러지기 쉽고,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짐에 짓눌린다. 짐이 강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짐은 자신이 선택한다. 지금 당신은 어떤 짐을 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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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게 주어진 여러 가능성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결단해야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여러 인연들과 특정한 관계 맺기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기심을 버리고 자기중심성을 극복하여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살 것인가? 아니면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을 못 벗어난 채 살 것인가?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가?
1. 홀로 열 수 있는 세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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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열 수 있는 세상은 없다. 세상은 누군가와 함께 연다. 나는 나의 세상을 나 아닌 누군가(무언가)와 함께 연다. 나는 늘 누군가(무언가)에게 관심을 갖는다. 어떤 마음으로 그(그것)를 만날 것인가? 어떤 세상을 열어 갈 것인가? 일체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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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은 지옥이다. 미워하면 어두운 세상이 열린다. 사랑은 천국이다. 사랑하면 밝은 세상이 열린다. 사랑하면 사랑의 세상이 열린다. 사랑하면 꽃이 핀다. 행복은 사랑이 풍기는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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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더불어 홀로 산다. 함께 있으면서도 홀로임을 느끼고, 홀로 있으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거기에 있다. 사람은 늘 더불어 홀로 세상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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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胎兒)일 때는 아이와 엄마가 한 몸이다. 분리되지 않은 상태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엄마 사이에 ‘육체적인 분리’가 이루어진다. 청소년기가 되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분리’를 시도한다. 자녀가 자립하게 되면 부모와 자녀는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도 함께 연대하고 서로 아끼면서 산다. ‘상호조화의 관계’를 형성하고 어울려 산다.
육체적인 분리도 어렵고 심리적인 분리도 어렵다. 상호조화의 관계 형성은 더 어렵다. 성공하면 행복하지만 실패하면 고통에 빠진다.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부모와 자식이 서로 미워하고 형과 아우가 다투게 된다. 사람들은 원만한 분리와 조화를 위하여 온갖 지혜를 내고 각종 미덕(美德)을 만들면서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