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홀로 10
1.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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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헌신하는 것은 정신적인 노예로 사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이웃을 사랑하듯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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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이 사는 사람은 없는데, 그중 첫 번째 연민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무능(無能)에 대하여, 자신의 가난에 대하여, 자신의 부덕(不德)에 대하여, 자신의 장애(障碍)에 대하여, 자신의 불운(不運)에 대하여, 자신의 실패(失敗)에 대하여, 자신의 무지(無知)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자책(自責)하면 안 된다. 허물은 인정하되 삶 자체를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때로는 너그러워야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자기의 의연한 ‘내면어른’ 이 아파서 울고 있는 ‘내면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괜찮다고, 이대로 괜찮다고, 자신의 손길로 자신의 가슴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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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조심하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남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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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이기적인 태도는 다르다. 이기적인 사람은 주는 기쁨을 모르는 사람이다. 타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다. 타인을 유용성이라는 면에서만 본다. 결국 자기 자신마저도 무엇을 위한 도구로 대한다. 돈이건 권력이건 그가 추구하는 것은 그의 우상이 되고, 그는 그 우상의 노예가 된다.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저급한 생존본능에만 매달리는 사람이다.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을 극복한 사람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
1. 사랑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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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최고의 가치이자 선이다. 만약 당신이 사랑을 삶의 중심에 둔다면, 사랑을 최고의 가치이자 선이라고 믿는다면, 사랑이 당신을 고난에서 구제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사랑은 당신에게 신이다.
신앙인은 신이 자기 안에 있기를 갈망한다. 신과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는 자기 뜻이 아닌 신의 뜻을 따라 살기를 희망한다.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믿는 사람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으려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 자체가 되기를 원한다. 어떤 사람은 사랑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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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성스럽고 거룩하다. 사랑은 곧 신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손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곧 신은 엄마의 손을 통해 내 곁에 와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곧 천국이요 극락이다.
1. 사랑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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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연습이 필요하다. 사랑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기분이나 감정도 아니다. 사는 것이 기술인 것처럼 사랑도 기술이다. 음악, 그림, 요리를 배우는 것처럼 사랑도 배워야 한다.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사랑을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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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명사(名詞)가 아니고 동사(動詞)다. 이른바 말로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알음알이는 가짜다. 맛을 보아야 바르게 알 수 있다.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사랑의 참뜻을 체득(體得)할 수 있다.
만나면 음식을 나누어 먹고 즐겁게 수다를 떠는 것이 사랑이다. 힘들어하면 손을 내밀고, 고난에 처했을 때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이 사랑이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알고 싶으면 사랑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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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듯, 사랑도 집중과 인내와 관심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한다. 악기를 연습하면 할수록 더 익숙해지듯, 사랑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익숙해진다.
사랑은 역설적이다. 악기연습을 하면 할수록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이 보이는 것처럼, 사랑을 하면 할수록 그를 향한 나의 사랑이 가난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지향하나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상대적이고 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된다.
나의 사랑이 작고 작음을 깨닫는 만큼 사랑 앞에서 겸손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너에게 할 만큼 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힘이 부족하여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툴고 미숙한 사랑을 좀 더 성숙한 사랑으로 가꿔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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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만이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미움에 붙들린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 자발적인 자유인은 있어도 자발적인 노예는 없듯이, 자발적인 사랑은 있어도 자발적인 미움은 없다. 사랑은 미움의 족쇄를 풀어준다. 서로를 가엾게 여기고 보살피며 사는 그 순간 그 자리에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천국이고 구제하는 손길이 극락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열어 준다.
* 「더불어 홀로」는 「너는 내 세상이다」의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도움을 준 사람에는 Jean Piaget, Martin Heidegger, 세친(世親, Vasubandhu), Erich Fromm 등이 있다.
* 「더불어 홀로」에 나오는 그림은 ChatGPT로 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