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끝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이 옥상에 모인 학생들에게 1인당 6개의 나무판을 나누어 주었다. 1단 2칸 책꽂이를 만드는 실습시간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밑판 1개 옆판 3개 뒤판 2개를 확인한 뒤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책꽂이를 보여 주면서 작업 순서를 가르쳐 주었다.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밑판의 가로와 세로가 정확한 직각이 아니었다. 직각 철자를 대고 잘라내야 할 부분에 연필로 선을 그었다. 밑판의 좌측보다 우측 길이가 조금 길었다. 짧은 쪽을 중심으로 하여 연필로 줄을 그었다. 옆판 중 양쪽 2개는 같은 규격이어야 하지만 가운데판은 조금 작게 잘라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뒤에 덧대는 2개의 판은 밑판과 길이만 맞추면 되어 비교적 손질이 쉬웠다.
중학교 1학년의 서툰 톱질은 나무의 저항을 쉽게 이기지 못했다. 연필 선을 따라 정확하게 켜고 싶었지만 나무도 톱도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나무에 할퀴고 톱날에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땀을 내면서 마름질을 할 때는 마치 진짜 목수가 된 기분이었다.
친구들의 손을 빌려 판들을 모아 책꽂이 모양을 만들어 보았다. 제법 그럴듯했다. 서로 품앗이를 해가며 마름질 상태를 비교해 보았다. 계산이 잘못되어 밑판의 좌우 길이가 다르게 된 친구는 울상이었다. 옆판과 밑판을 다시 만들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좁고 옹색한 책꽂이가 될 것이 뻔했다. 다들 사포질을 할 때 그 친구는 옥상 구석진 곳에서 굳은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혼자 톱질을 했다.
거친 사포는 나무를 아주 잘 먹는다. ‘아차’ 하는 순간 나무를 날름 녹여 먹었다. 티가 나게 균형이 무너졌다. 좁아진 부분을 중심으로 잡고 전체를 다시 조심스럽게 사포질을 하였다.
‘균형을 맞추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사포질까지 마치자 목재들이 톡톡한 촉감을 선물하였다. 느낌이 좋았다.
못질할 부분에 연필로 작은 점을 그렸다. 좌우 동일한 지점에 못질을 해야 했다. 제일 고약한 것은 옹이 부분이었다. 옹이는 힘이 세서 못을 이겨냈다. 강하게 밀어붙이면 옹이는 판에서 빠져나가 도망칠 기세였다. 옹이가 빠진다면 책꽂이는 볼품없게 될 것이다. 타협해야 했다. 옹이를 살짝 피해 못을 박았다.
못들도 모두 착한 것은 아니었다. 끝내 못 한 개가 나뭇결을 따라 옆으로 삐죽이 빠져나왔다. 완벽하고 예쁜 책꽂이는 애당초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내 책꽂이이고 내 책임이니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중에 손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못 끝을 억지로 밀어 넣었지만 못의 중간 몸통은 도저히 가릴 수 없었다. 눈에 거슬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일은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다.”
형태가 만들어지자 고운 사포로 나무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다듬었다. 쓰윽~싹 쓰윽~싹 하면서 가늘게 퍼지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켰다. 모난 부분이 귀엽게 다듬어지자 제법 작품이 되는 것 같았다. 책꽂이 밑판 바닥에 이름을 썼다. 1학년 2반 18번 강종구. 마지막으로 니스칠을 하였다. 전 과정을 통해 마지막 과정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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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탄자도 이야기도 인생도 끝이 중요하다.
마무리되지 않은 양탄자나 이야기는 미완성(未完成)이다.
사람은 자신의 끝을 보기 어렵다.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을 결단한 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실로 만든 양탄자가 어떤 모양인지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
죽음을 결단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