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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걍보리 Apr 09. 2023

너는 내 세상이다

27. 비밀을 알려줄게.

  2017년 7월. 뉴질랜드에서 사는 둘째 동생의 딸이 방학이 되어 서울로 여행을 왔다. 나이가 비슷한 수원 사는 조카와 원주 사는 조카가 뉴질랜드 조카와 함께 놀기 위해 모였다. 그들을 차에 태우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하였다. 

  인왕산 입구에서 시작하여 팔각정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면서 수다를 떨었다. 조카들이 무슨 별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 문득 세 조카의 수다에 나도 끼고 싶었다. 

  “얘들아, 너희들 혹시 안드로메다 은하를 알아?”

  “안드로메다 은하요? 예, 들어본 적 있어요.”

  “음, 지구에서 250만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지. 다른 은하에 비하면 아주 가까운 곳이야. 날씨가 맑으면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은하라고 해.”

  “아, 그래요.”

  조카들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혹시 에메랄드라는 이름을 가진 별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 몰라.”

  “아니요. 그런 별도 있나요? 이름이 멋있네요. 에메랄드는 보석 이름이잖아요.”

  “그렇지. 그 별을 에메랄드성(星)이라고 부르지. 그 별은 안드로메다 은하 중심에서 20만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그 별에는 아주 아름다운 행성이 하나 있어. 에메랄드성이라는 이름도 그 행성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야.”

  “뭐라고요? 에메랄드성에 아름다운 행성이 있다고요? 그런데 왜 우리들 중 그곳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없지?”

  조카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보다 조금 더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는 비밀이거든. 너희들이 모르는 것도 당연해. 오늘 너희들에게 그 별과 관련된 비밀을 알려줄게.”

  “큰 아빠,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 비밀을 큰 아빠는 안다는 거예요? 믿어지지 않아요.”

  내가 잠시 뜸을 들였다. 비밀이라는 말은 호기심을 끄는 말이다. 모두 내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나도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단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누군가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해야 할 때가.”

  “에이,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도 듣고 싶어요.”

  이야기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 내가 얼른 말을 이었다.

  “그래그래. 놀랍게도 그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고 그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우리와 다른 점이 없는 것은 아니야. 이곳 지구 사람들은 그곳 이야기를 모르지만, 그곳 사람들은 이곳 사정을 아주 잘 안다는 것이지.” 

  “와우. 놀랍네요. 정말 그런 곳이 있어요. 정말이라면 가 보고 싶어요.”

  “안 믿어지겠지만, 이미 이곳에는 에메랄드성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있어. 만나본 적도 있고.”

  “뭐라고요? 누구인데요. 저희들도 아는 사람일까요?”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자 이야기 속도를 줄여 좀 비싸게 굴었다.  

  “에이 그만 두자. 너희들이 잘 안 믿을 것 같아.”

  사실이 아닌 것이 너무도 분명한, 그저 그런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듣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아니에요. 믿을게요. 이야기해 주세요.”

  믿어줄 테니 빨리 이야기를 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사실인 척 말하고 또 듣고 하는 것이 이야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땅한 태도가 아닌가.    

  “그럼 당분간은 우리만 아는 걸로 하고 비밀로 해야 한다. 비밀로. 알았지?”

  “예! 비밀을 꼭 지킬게요.”

  우리들은 쿵작이 맞았다. 비밀은 더 알고 싶은 법이다. 내가 비밀이라는 말로 이야기에 양념을 좀 친 것이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한 공주님이 문제가 있어 지구로 쫓겨났어. 참 안타까운 일이지.”

  “아니, 무슨 문제가 있었는데요?”

  “으음, 아 글쎄 공주님이 임금님 몰래 자신의 마차를 끄는 마부와 사랑에 빠졌다가 들켰지 뭐야.”

  “뭐 그럴 수 있지 않아요. 어쨌든 그래서요?”

  “신분에 안 어울리는 짓을 했으니, 임금님은 노발대발하셨고, 둘 다 지구로 쫓겨난 거야.”

  “지구가 그들의 유배지인가? 하하하. 그래서요.”

  “임금님이 두 사람에게 말했어. 만약 지구에서 살면서,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또 함께 사랑하면서 잘 살면, 두 사람의 사랑의 진실을 인정하겠다고. 그리고 다시 에메랄드성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그럼 공주와 마부는 서로를 알아보았나요?”

  “아냐. 그렇지 않았어. 이 많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쉽게 만나겠어?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는 긴가민가했었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몇 번 만나본 뒤에는 서로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해. 운이 좋았던 거지 뭐.”

  “참 신기하네.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나저나 그 두 사람 지금 어디서 살아요?”

  “궁금하지? 놀랍게도 이미 너희들도 아는 사람이야.”

  “저희들도 이미 안다고요? 도대체 누구죠?”

  내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희들 큰 엄마가 바로 그 에메랄드 공주란다.”

  “뭐라고요? 그럼 큰 아빠는 바로 그 마부? 뭐예요. 말도 안 돼. 와하하하하.......”  

   

**********     


사람은 주어진 조건 위에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꾸리고

자신의 세상을 산다.     


가족 학교 자본주의 신 법률.......

이 모든 것은 마음의 산물이다.   

  

내 마음은 곧 내가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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