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재가 되다
나의 조울증은 조증보단 우울증이 심했다. 몇 번의 자살시도로 손목의 흉터를 볼 때마다. 여전히 난 부끄럽다. 그러다가 조증의 들뜸을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 천재가 된 듯, 말도 되지 않는 계획을 세우고,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하곤 했다. 케이스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정치, 역사, 같은 분야에 과도하게 집착했던 것 같다. 그리곤 마치 내가 엄청난 사명감을 받은 존재처럼.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했다
시간이 지났고, 이젠 많이 나아졌다. 너가 갸웃하며 물어봤다.
"그래서 조증일 때. 천재 된 것 같아?"
"아니. 내가 천재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지. 그리고 우울해져."
"하긴, 울 부모님도 내가 천재인 줄 알았대."
"원래 그래. 다들 천재가 되길 강요하잖아."
2. 피카소와 지네딘 지단
언젠가 너가 TV에 나온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말했다. "야,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피카소의 15살 초창기 작품들을 보고 나선 깨달았다. 아, 저런 탄탄한 기본기가 있으니, 추후에 천재적인 변주가 가능했구나라는 생각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가장 힘든 점은 학부모님들이다. 모두 자신의 아이들이 메시처럼 호날두처럼 엄청난
선수가 되길 원하고, 또 그런 재능이 있는지 묻는다. 하긴, 부모님이 자식에게 어쩌면??이라는 천재성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너도, 나도, 초, 중학교 시절만 해도 우리의 축구 실력이 최고라고 믿었으나, 고등학교 시절 체격과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경험하며, 큰 좌절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난 아이들의 학부모님과 진지한 상담을 할 때. 최대한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재능은 있지만 천재적인 능력은 아니다. 만약 그런 기대감을 계속 아이에게 준다면, 아이는 축구라는 본연의 흥미를 잃고, 어느 순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한다. 정말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부모님의 기대가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몇몇 학부모님은 그런 조언을 받아들이지만 몇몇 학부모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아이가 천재적인 선수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가끔 너와 토론을 한다. 과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누구일까? 너는 메시를 뽑았다. 맞다. 사실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나에게 단 한 명의 선수를 뽑으라면 난 지네딘 지단을 뽑는다. 너가 이유를 물었다. "야, 지단도 최고긴 해도, 경기 이기려면 당연히 메시를 써야지." 내가 대답했다. "메시를 쓰면, 경기는 이기겠지만, 지단을 쓰면 팀이 발전할 거 같아."
나에게 천재적 선수는 지네딘 지단이었다. 경기장과 관객과 심지어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매력 때문이다. 경기를 조율하고, 보이지 않는, 흐름까지 자신의 발 끝에서 조절하는 능력은 정말이지, 천재적 재능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을 뺏고 싶은 질투적 능력이었다. 뭐랄까?
메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축구의 신 같은 존재라면, 지네딘 지단은 인간들 사이에서 노력으로 신적인 재능을 펼친 존재 같았다. 언젠가 기자가 지단에게 물었다.
"그런 컨트롤과 능력은 타고난 것입니까?" 라는 질문에 지네딘 지단이 대답했다. "아뇨. 반복된 기본기 훈련에서 나온 겁니다." 그 말에 공감한다. 피카소의 어릴 적 그림의 기본기를 보지 못했다면 나는 피카소의 다른 그림을 보며, 너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아,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하지만 피카소가 얼마나 탄탄한 기본기를 배웠는지 알기에 이젠 그런 무식한 생각을 접었다.
많은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가 메시와 호날두와 같은 천재적 선수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 역시 화려한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며, 그런 기술적 스킬만 습득하려고 한다. 모두가 천재가 되길 바라면서도 기초적인 중요성은 무시한다. 기본기. 그 단순한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살아가며 깨닫게 되었다. 천재가 되길 강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들은 건너뛰려고 한다. 세상 얼마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런 기적은 이뤄지지 않더라.